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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며 누군가는 우주 여행을 꿈꾸고 누군가는 별똥별에게 소원을 빕니다. 그저 먼 동경의 대상인 그곳이 실제 우리의 고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심채경 천문학 박사의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를 읽기전까지 사실 동경하던 멋진 천문학자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우주의 신비를 탐색하고 빛의 속도로도 몇억 광년 떨어진 다른 우주의 별들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에 대한 동경은 어린 시절에도 있었고 성인이 된 후, 마흔 살 넘어서도 여전히 있습니다. 그런데 천문학자의 에세이를 너무도 오래동안 읽게 된데에는 그만큼의 사연이 있습니다.
‘대학의 비정규직 행정과학자‘
우리가 생각하던 천문학자의 범위를 넘어 그야말로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지경입니다. 현실의 천문학자,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천문학을 한다는 것, 달을 연구한다는 것, 토성의 위성을 관찰하고 연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길인지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로운 길에 결혼과 육아와 다음 세대를 위한 선구자의 역활까지 더해지니 육아서, 학부모 교육서를 뛰어넘는 현장의 목소리가 에세이 곳곳에서 들려와 함께 지나 온 그 길을 생각하다보니 동병상련 같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별히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포부가 있었거나 어려서부터 특출나게 별을 좋아한 것도 아닌 천문학자의 길 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옷을 찾은 것 처럼 딱 어울리는 삶을 즐기는 저자의 과거와 오늘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 한번 빠지면 자꾸 딴길로 걸어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책들을 읽고 기억하며 생활 여기 저기에서 떠올리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 속에 연쇄살인범이 다음생에는 천문학자나 등대지기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기억하고, 천문학자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완독하지 못한 것에 ‘장기하‘식으로 표현해 ‘뭐 상관없는거 아닌가?‘ 라고 말하는 모습에 푹 빠져 정작 천문학자는 왜 별을 보지 않는지 잊고 말았습니다. 사실...별을 관측하는 일들보다 관측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을 하며 작가님의 발칙한 우주 산책을 졸졸 따라가 봅니다.
책을 읽는 동안 KAOS 과학강연의 강연자로 등장한 작가님이 반가웠고, 행성이었지만 지금은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명왕성을 다시 만나고, 토성의 고리와 목성의 가스와 화성의 조금뿐인 대기를 알아가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달 탐사 계획과 우주 탐사 계획의 태동이 찬란한 빛으로 세계에 탄생하는 시간을 기다리며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작가님의 책을 마음에 담아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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