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건조대에는 내가 죽은 날 신은 짝짝이 양말이 걸려 있었다. 엄마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샤워를 하고 양말을 빨아 건조대에 걸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신고 출근을 했다. 마치 양말이 한 켤레밖에 없는 사람처럼.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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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한 사람이 트럭을 몰고 왔어. 그는 피아노 조율사였는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중고 피아노를 사들이는 일도 겸하고 있었지. 피아노의 상태를 확인한 그는 엄마에게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는지 물었어. 엄마가 가보거나 전해 들은 식당을 몇 군데 말하자 그는 수첩을 꺼내 설명을 받아 적었어. - P67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뭐가 알고 싶으냐고 물었고, 엄마는 자기가 죽는 꿈을 꾸었다고 이야기했어.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는 단언했어.
"그건 엄청나게 좋은 꿈이야. 마음을 품은 생각은 모두 이뤄지는 길몽이지. 죽는 것만 못 하고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어."
엄마는 말문이 턱 막혔어.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어요? 덕담하시는 건가요?"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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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광선의 기둥이 관통한 새장 속에서, 횃대에 발을 걸고 앉은 새가 한번 더 삐이, 울었다.
아마.
갈라져 나온 내 목소리가 정적 속에 흩어졌다.
너는 죽었잖아.
간밤 새를 꺼낸 뒤 잠그지 않아 반쯤 문이 열린 철망을 향해 나는 다가갔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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