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잎들을 다 떨군 채 미라처럼 서 있는 저 겨울 나무 숲은, 얼마나 많은 가람과 햇빛과 눈비와 꽃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까요? 저 겨울나무들은 시간과 망각을 어떻게 견뎌내는 걸까요? 저 한겨울나무에는 어떤 영혼이 깃들어 있을까요? - P43
그래서일까 모든 노래에서는 먹먹한 허공 냄새가 난다. 철렁했던 곳으로 눈물이 고여 든다. 허공도 잠시 젖는다. 젖은 허공이 별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 P34
인간의 본향이기도 한 이 물속 나라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그 기억을 노래할 수 있는 오룩이 모든 이야기꾼의 원형, 바로 시인이었던 겁니다. - P31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하다 보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 P364
"하지만 변호인으로서는 판결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안 되겠지요. 선고가 확정된 경우라 하더라도 누명을 썼을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 P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