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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평점 :
슬아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운 말은 ‘할아버지‘였다. (7쪽)
슬아의 첫 장편소설 [가녀장의 시대]를 읽은 독자는 슬아의 이 말투에 중독되었다. (독자)
가부장 할아버지의 큰아들이 바로 슬아의 아빠였지만 세월이 흘러 슬아가 글을 써서 작가가 되고 열심히 글쓴 돈으로 집을 사고, 그 집에 출판사를 차려서 출판사 사장이 되고 슬아의 엄마 복희 씨와 아빠 웅이 씨를 모두 고용하는 가녀장이 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라고.
눈을 감고 읽어도 이슬아 작가님의 이야기인데 참으로 유쾌하게도 장편소설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엄마 복희도, 아빠 웅이도 이슬아 작가님의 엄마와 아빠 성함 그대로, 할아버지도, 외할머니 성함도 그대로 등장합니다. 매일 마감을 하는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그대로 소설에 녹아 있고, 다만 낮잠을 매일 자야해서 지었다는 출판사 이름 ‘낮잠 출판사‘는 소설에만 등장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가녀장‘이라는 이질적인 단어를 접하고 나서야 ‘가부장‘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친 단어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울러 ‘모부‘라는 단어를 소설에서 만날 때마다 움찔울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움과 생경함이 공존하는 순간입니다.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아버지가 아닌 딸이 그 집의 가장이라는 뜻으로 ‘아비 부‘ 대신 ‘계집 녀‘를 넣었을 뿐인데 어색하고 생뚱맞아 보입니다. 이 소설은 그래서 재밌습니다.
낮잠 출판사가 있는 이 집의 구조는 맨 위층에 이 집안의 가장인 슬아의 서재와 침실이 있고, 그 아래엔 출판사 사무실이 있고, 더 아래엔 슬아의 옷방이 있으며 복희와 웅이가 지내는 안방은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장인 슬아는 집안 어디에서나 실내 흡연을 하지만 그의 아빠인 웅이는 실외 흡연만 가능합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집안에 심각한 우환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한 겨울에도 웅이는 패딩을 챙겨입고 귀찮고 서럽지만 이 집을 나가서 살 돈이 없으므로 조신히 실외 흡연을 합니다.
슬아는 글을 쓰기 위해 집밥을 먹습니다. 아니, 복희가 해 주는 집밥만 먹습니다. 낮잠 출판사가 운영 되기 위해서는 슬아가 글을 써야하고 슬아는 집밥을 먹어야 글을 쓰기 때문에 복희는 ‘낮잠 출판사‘에 처음부터 정직원으로 입사해 지금은 복희팀 팀장 입니다. 군대에서 사성장군의 운전병을 했던 웅이는 이후로도 다사다난한 노동의 역사를 품고 만능 노동자로서 삼십 년을 보냈고 지금도 가녀장 슬아의 출판사 직원 겸 운전기사로 일하면서 주말엔 트럭에 실린 다양한 물건들을 전국에 판매하는 일과 산업 잠수사, 수영강사 일도 가끔 합니다. 문학청년으로 문예창작과 학부생이었던 웅이는 요즘 넷플릭스 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가녀장의 시대]는 이미 도래하였으나 우린 그 이름을 몰랐습니다. ‘소녀 가장‘과는 전혀 다른 단어 ‘가녀장‘를 만나 비로소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깨달아 갑니다. 근무시간 중에는 딸이어도, 자식이어도 존대를 하는 복희와 웅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중인 부모님의 노동에 대해서 철저히 급여를 지급하고, 문화생활을 위한 복지혜택과 김장과 장 만들기 등의 특별한 노동의 댓가 또한 보너스로 적절히 챙겨주는 멋진 사장님이 꾸려가는 낮잠 출판사의 시트콤 보다 더 재미난 이야기가 여기 있습니다. 세상에는 재밌는 일들이 많지만 [가녀장의 시대]에 더 특별한 재미와 웃음과 어딘지 어긋난 듯 보이는 정상인의 모습이 다 실려 있습니다. 자극적인데, 도발적인데, 그래서 멋진 이슬아 작가님의 가족드라마 ‘가녀장‘ 이야기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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