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 엮여 나왔습니다.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집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

궁금했습니다. 소설가의 소설에 대한 생각들이.

그리고, 의외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정신적인 노동일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식사를 미루지 않듯 운동을 미루지 않아야만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예전보다 더 소설 쓰기를 사랑하고 그보다 더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46쪽)라고 한 박민정 작가의 에세이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통해서도 그렇고, 표제작인 오한기 작가의 에세이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서 그야말로 암살자 같은 태도로 글을 쓰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소설을 쓰는 아빠를 닮은 아이라면 당연히 책 읽는 것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책을 읽을 수 있을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는 남이 읽어주는 책만 좋아한 덕분에 도저히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짬이 조금이라도 나면 암살자가 타깃을 살해하기 위해 순식간에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글을 쓴다는 작가님의 표현에 짠해집니다. 또 한편으론 첫 책이 출간된 걸 축하하는 아버지의 말씀 끝에 이런 얘기를 들은 정지돈 작가님, ˝그래, 고생했다. 그럼 이제 일을 해야지.˝...소설가가 직업이라고 말해도 ˝그치, 근데 내 말은 진짜 직업을 구하라고.˝(138쪽)라는 얘기를 듣고야 마는 작가님 심정이라니 아직 작가도 뭣도 아닌 일반 독자는 그저 부럽기 그지없지만 작가님의 답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소설가들의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 믿어왔던 ‘작가님‘들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여행을 가서도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가, 내가 늙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소설가,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라 말하는 소설가, 처음부터 ‘써야만 한다‘로 시작해 마지막에도 ‘하지만, 써야만 한다‘로 끝맺는 소설가의 애절함을 만나니 이분들이 만들어낸 글을, 소설을, 책을 읽어줄 의무가 있음을 느낍니다.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를 통해 처음 글로 만나는 작가님은 찾아서 읽어볼 작가 목록에 올리고, 이미 소설이나 다른 에세이로 만났던 작가님들은 소설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된 만큼 애정하는 마음을 듬뿍담아 한번 볼거 두번 보는 덕심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이 책은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충~분히 좋은 작가님과 책을 만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책입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 당연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소설엔마진이얼마나남을까 #현역작가23인의소설생각
#김사과외 #작가정신 #작가정신35주년기념에세이 #책추천
#책스타그램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목동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존재 ‘웨나‘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바람을 만드는 사람]과 동해안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한 우정과 사랑에 관한 소설 [8월의 태양]을 통해 ‘마윤제‘라는 필명의 작가님을 만났고 오늘, 그의 단편소설 여덟 편이 실린 [라이프가드]를 읽었습니다.

첫번째 단편소설 ‘강(江)‘에서부터 마지막 여덟번째 단편소설 ‘전망 좋은 방‘까지 너무 다른 시간, 너무 다른 공간인데 단 한사람의 기억 같이 느껴집니다. 소설 ‘강‘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타난 큰형은 새엄마가 데리고 왔던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형입니다.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태가 지났을 즈음해 아버지가 남매에게 통보하듯 새엄마가 올 거라는 얘기로 전해 준 존재와 함께 그들의 삶에 등장한 ‘큰형‘, ‘큰오빠‘는 살아있는 청개구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마을 황 씨가 어느날 자신의 엄마가 가꾼 화단에 난입한 일을 계기로 황 씨의 세 아들들에게 끌려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고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나‘는 형의 도와달라는 눈빛을 외면하고 형은 그런 나를 향해 황 씨의 아들들을 시켜 자신을 폭행하게 했다며 분한 심정을 토로 합니다. 소설 ‘강‘에는 아픈 어머니가 흘러가는 강을 무심히 지켜보던 의자가 사라진 자리가, ‘도서관의 유령들‘에도 천변을 걸어가는 그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했는지 안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도서관에서 자신이 빌려갔던 책들을 찾아내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자리에 앉아 미처 읽지 못했던 100여쪽을 읽는 동안 자정을 알리는 시계소리와 하나둘 나타나 도서관의 이곳저곳에 책을 찾아 읽는 존재들의 등장으로 마무리 되고, 표제작인 ‘라이프가드‘에 등장하는 바닷가 해수욕장과 술취한 엄마가 이끄는 곳으로 간단한 짐을 챙겨 늘 떠돌이 생활을 하는 열여섯 살 유지와 두 사람에게 가족이 되자 말하며 다가오는 남자와 딸 진희 이야기 등등 모든 곳에 강과 바다가 범람하고 비가 오고 삶과 죽음이 혼재 되어 있는 단편소설 여덟 편을 통해 낯선 지방도로를 이정표도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기분으로 내내 읽었습니다. 이 문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데 또 열어보지 못하면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어쩌면 소설은 이미 끝났고 꿈을 꾸는 게 아닐까 고민도 해 봅니다.

타인의 삶을 글로 읽는다는 것, 더욱이 단편소설에 실린 단면적인 삶을 통해 그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을 상상한다는 것, 읽어보지 못한 W. G.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를 궁금해 하는 것, 어쩌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두 다리에 시멘트 덩어리를 달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존재가 진실일 수 있다는 것, 비와 낭만의 시간 곁을 누군가는 슬픔과 아픔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윤제 작가님 세상에 잠시 링크 되어 모험을 하고 온 기분 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과는 달라서 새로웠습니다. 마윤제 월드 입성을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라이프가드 #마윤제 #소설집 #특별한서재
#단편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한국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