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년 로컬은 재미있다
홍정기 지음 / 빚은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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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의 팬인 초등학교 3학년 은기는 같은 천안 아파트에 사는 충호와 함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추적하는 모험을 펼칩니다. 셜기(셜록 + 은기)과 충슨(충호+ 왓슨)이라는 이름의 두 소년이 주축이 된 초등학생 소년 탐정단의 활약을 기대하며 은기의 엄마가 의뢰한 첫번째 사건인 쓰레기 무단 투기범을 찾아나서는 장면을 읽을 땐 여느 소년 탐정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과 겹쳐 보여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앗불싸! 열 살의 아이들이 맞닥뜨린 현장은 그야말로 피바다 입니다. 

재미와 흥미 위주의 소년 탐정소설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초소년>,  번쩍이는 아이디어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동물 학대, 가정 폭력, 층간 소음, 학원 폭력과 살인에 이르기까지 잔인한 세상에 자신들의 방식으로 적응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식스센스‘를 방불케 하는 첫 번째 작품 ‘추적‘에서 동생으로 찰떡 같이 믿었던 ‘진숙‘이 사실은 치매에 걸린 할머니였다는 사실, 네 번째 작품 ‘토끼‘와 여섯 번째 작품 ‘꼬마‘에 동시에 등장하는 무당과 그 딸의 연결고리는 홍정기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흠칫하게 만드는 글 솜씨에 설마....혹시.....진짜....에이....이런 중얼거림을 입에 달고 소설을 읽었습니다.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의 홍정기 작가님 소설 <초소년>! 흥미진진한 오컬트 영화를 만나는 기분 입니다. 더운 여름날 이런 작품 하나쯤 읽어야 ‘아, 여름이구나‘ 하게 되는 그런 책 입니다. 장르소설에 목말라 있는 분들께 추천 합니다. 강추강추.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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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추천 #책스타그램 #미스터리소설 #추리소설 #모험소설 #오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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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린 정말로 선택권이 없어. 돈이 없으니까. 알잖아?"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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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실수하며 성장하는 아이들과 건강한 거리를 두는 방법 중 하나는, 지금 이 대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아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 기대, 욕구보다 부모가 먼저 달려 나가지 않기 위해 경계를 세우는 것이죠.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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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초등 학교 시절의 나 그리고 은기는,
천안 초등학교 소년 탐정단, 줄여서 초소년 그리고 세상의 규칙과 관념을 초월한 초소년이었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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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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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를 파는 상인의 일화에서 나온 단어 ‘모순‘을 제목으로 한 1990년대 말에 쓰여진 소설을 읽었습니다. 비로소 그때와 지금의 ‘모순‘을 발견합니다. 아니, 어쩌면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한 문장에서 소설을 통해 무엇인가를 정말로 알아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사실을 발견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 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296쪽)‘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안진진‘은 이름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내뿜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름이 주어지기까지 과정을 알고 나면 안쓰럽기만 합니다. 부모가 처음 합의했던 딸의 외자 이름은 ‘진‘이었습니다. 동사무소에 출생신고하러 간 아버지가 진지함을 나타내는 한자를 한 번 쓰는 것은 무거우니 두 번으로 하자고 즉흥적으로 말을 바꿔 출생신고서의 이름란에 ‘진진(眞眞)‘으로 기록 되기 전까지는. 다만 아버지는 자신의 성을 그 이름에 붙여 ‘안진진‘이 된 딸 아이의 삶에 대해선 고민을 덜 했던 것 같습니다. 둘째 딸은 선선, 셋째는 미미라는 이름을 계획까지 했으니. 다행히 남동생 ‘진모‘ 이외에는 형제가 없다는 것에 안도를 하며. 일란성 쌍둥이로 4월 1일에 태어난 어머니와  이모가 똑같은 4월 1일에 동시에 결혼식을 하고 서로 사는 곳 만큼이나 다른 삶을 살며 내 어머니를 대신해 이모를 ‘어머니‘라고 반 아이들에게 소개했던 안진진의 스물다섯 살에서 여섯으로 넘어가는 그 해의 일들이 소설  <모순> 안에 박혀 있습니다. 

슬픈 일몰에 대해 말하고, 콩 한쪽도 나누며 공범이 되길 바라던 아버지가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다 벌써 5년이란 세월 동안 부재하는 가운데 어머니는 일탈의 일탈을 감행하다 감옥에 간 아들 뒷바라지를 하며 출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고, 또 읽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혹한이 찾아와 사랑의 감정으로 다가오는 한 남자와 모든 것이 계획적이고 부족함이 없는 또다른 남자 사이에서 너무나 완벽해 보이고, 불행이란 모를 것 같은 이모가 오히려 불행 속에 살고 있는 엄마의 삶을 부러워했다는 사실을 편지를 통해 읽으며 그녀도 ‘모순‘에 가까운 결정을 내립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시간을 거슬러 1990년대 말로 회귀를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공중전화가 거리 곳곳에 있고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앨범이 나오던 그 시간속으로. 지금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그 땐 다른 의미였다는 걸, 삶의 어디에도 정답은 없고, 남들의 입을 통해 듣는 교훈은 결코 내 삶의 체험처럼 다가 올 수 없다는 걸.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그런데도 이 모순 덕분에 또 살아간다는 걸. 

오래 된 소설을 읽으며, 그리 오래 되지 않는 몇십년 전을 떠올리며, 또 먼 미래의 삶 어딘가에서 오늘을 떠올릴 ‘나‘를 상상하며 보름 간의 책 읽기를 끝내고, 작가 노트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하는 바람을 적은 작가님의 바람을 접하고 나니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읽어 볼 책의 목록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는 책들에는 어떤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는 걸 알겠습니다.  지난 보름 동안 낯설고 흥미진진한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이 벅차다면 이런 소설 한 번 읽어보시길. 

#모순 #양귀자 #장편소설 #쓰다 #책추천 #책스타그램 
#1일1독서챌린지 #실수는_되풀이된다 #그것이_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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