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3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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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문서에 적힌 내 이름은 루시다. 루시 조지핀 포터. 난 그 이름 세 개가 다 너무 싫었다. (119쪽)

[루시]의 주인공 루시 조지핀 포터의 생년월일은 1949년 5월 25일 입니다. 이책의 작가인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생년월일과 동일합니다. 작가의 본명은 일레인 포터 리처드슨, 필명으로 사용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라는 이름은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를 발견했을 당시 ‘Xaymaca‘라는 섬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부른 이름에서 저메이카를 선택하고 그 이름에 어울리는 성으로 킨케이드를 붙여 만들었습니다.

루시는 열아홉 살이었고 서인도제도의 영국 연방 내 독립국인 앤티가섬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작가와 동일한 인물은 동일한 역사를 이어나갑니다. 아홉 살 때부터 남동생들이 첫째, 둘째, 셋째까지 태어나는 동안 가정 형편이 어려워졌고 공부를 잘하던 루시는 미국 뉴욕주의 입주 보모로 팔리듯 보내졌습니다. 독립국이었으나 여전히 영국령인 앤티가섬에서 자란 소녀는 결국 경제 지배국 미국의 피지배민과 같은 처지일 뿐 입니다. 루시는 말합니다. 나는 세계 끝자락에서 태어난 여자애였고, 고향을 떠나는 내 어깨에는 하인의 망토가 둘러져 있었다(78쪽)고. 그렇게 떠나 도착한 미국의 중상류층 가정은 변호사 루이스와 그의 아내 머라이어, 그리고 루시가 돌보아야 하는 그들의 네 명의 자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라이어는 봄을 기다리며 수선화 꽃의 아름다움을 친송하지만 루시에게 수선화는 본적도 없는 꽃이건만 자신들의 나라를 지배하는 영국을 친송하기 위한 시 구절을 강제로 외우게 했던 날의 시 제목이기도 합니다. 같은 시대를 같은 장소에서 살아가지만 피지배국의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을 전혀 이해하지도 이해 할 생각도 없는 이들을 바라보는 소녀의 타협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이 이 짧은 작품 안에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엄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기 위해 가족을 외면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결국 엄마를 닮은 삶이 아닌 그저 엄마 자체라는 말을 듣게 된 루시는 어쩌면 안락했을 수 있는 삶을 과감히 버리로 홀로서기에 도전합니다.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는 머라이어와의 1년 계약이 끝나기 전에 그 집을 나와 미국 뉴욕의 활기찬 모습에 동화 되어가는 루시, 맨 마지막에 가서나 알게 되는 루시의 이름이 가진 의미는 운명에 대항하는 루시의 운명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만 같습니다.

카리브해의 멋진 섬들이 신대륙 발견이라는 이름 아래 정체성을 잃고 그곳에서 살던 원주민들도 잃은 후에 자본주의 경제라는 무기를 가진 식민지 건설 국가들이 아프리카에서 납치하듯 데려온 흑인 노예들의 후손들로 채워나간 어두운 역사가 다음세대로 또 그다음세대로까지 되물림 되는 세상을 만들었고 이를 자랑스러워 하는 미국인들, 영국인들에 대한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저항정신이 물씬 풍기는 소설 [루시], 결코 완벽하게 그녀-소설의 주인공 루시든 작가 저메이카 킨케이드든-를 이해할 수 없을 지라도 몰랐다면 알아야하는 화려한 세상의 뒷모습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작품입니다.

긴 세계문학소설 읽기가 겁나는 분들에게 강렬한 카리브해의 태양과 같은 소설 [루시]를 추천합니다. 아름답고 예쁘지 않지만 냉소적이고 때론 이기적인 소녀 루시, 그녀의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을 응원하게 되는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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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1-23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