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복숭아 - 꺼내놓는 비밀들
김신회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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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렇게 된 거,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복숭아의 말랑하고 달콤한 과즙에 속아 무턱대고 반토막을 내겠다고 칼을 휘두르다보면 정말 단단한 껍질에 싸인 커다란 씨앗을 만나게 됩니다. 9명의 작가들이 쓴 9개의 이야기가 그 단단한 껍질속 부끄러운 나의 이야기들 입니다. 한참을 읽다가 소설이 아닌 에세이라는 걸 깨닫고는 이렇게 세상에 드러내도 정말 괜찮은 걸까 걱정을 하게 됩니다. 요즘은 여러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얼굴, 자신의 취향, 자신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용감하게 자신의 단점, 약점, 허점들을 공개해도 되는지 하는 걱정을 하는 한편으론 그 자신감, 당당함에 부러운 마음도 들곤 합니다.

에세이스트 김신회 작가님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에서 덕질의 최적의 조건을 갖춘 김신회 작가님의 학창시절 ‘뉴키즈 온 더 블록‘ 덕질 이야기는 제 자신의 과거로 시간여행을 보내줬습니다. 거리에 울려퍼지던 음악과 뉴키즈 온 더 블록 내한 공연에 몰래 다녀온 친구가 설레임을 한껏 부풀려 들려줬던 대단한 공연 이야기가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바로 어제처럼 떠올랐습니다. 덕질의 최적의 조건이라는 ‘넘치는 시간, 남아도는 힘, 친구 없음‘에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다시 의문이 듭니다. 덕질하기에도 바쁜 시간, 덕질에 허덕이다 빼앗긴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마셨던 에너지 드링크와 커피, 성덕은 되지 못했지만 함께 나눌 줄 아는 덕질패밀리들, 비록 친구는 아니지만 가족이 되었으니 결코 약점도 허점도 단점도 아닌 자랑에 가까운 김신회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 집니다. 10년의 방송작가 생활을 타의에 의해 그만두고, 일 못하는 사람이 일을 대하듯 연애를 하고, 깊어지는 감정이 느껴지면 도망치고, 버림 받을 것을 두려워해 버린이가 되어 버림 받은 유기견 풋콩이와 함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야기가 짧지만 깊게 마음으로 다가 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작가님의 ‘도-레-미-미-미‘에는 ‘미‘를 결코 넘길 수 없는 작가님의 한계상황이 회식자리에서, 노래방에서 등장하지만 여전히 소리질러보는 무모한 도전과 돌려말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과 다함께 어울어져 기억도 못하는 시절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지금의 팬데믹 상황과는 전혀 다른 시절이. 반전은 늘 있듯 작가님의 이력에는 20년 넘는 피아노 연주와 아마추어 밴드 경력이 고스란히 적혀져 있으며 귀와 입은 연결 되어 있으나 늘 동일한 수준을 갖춘 것은 아님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삽화가 임진아 작가님, 출판 편집자이자 출판사 대표인 이두루 작가님, 여성과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쓰시는 최지은 작가님, 재활전문 요가원을 다니는 서한나님, 식물세밀화가인 이소영 작가님,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작가님,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 금정연 작가님까지 부드럽고 달콤한 복숭아 과즙아래 숨겨 둔 자신만의 이야기들이 담겨진 책 [나의 복숭아]를 읽으며 한편으로는 더 가까워진 느낌적 느낌을, 다른 한편으론 범접할 수 없는 자기고백의 늪을 느낍니다. 그땐 그랬었지를 연발하다가 힘든 시절의 고백들을 안쓰러워하다가 그래도 지금은 ‘나의 복숭아‘를 꺼내 놓을 수 있는 작가님들이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는 기억으로 가슴에 담아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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