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일상이 예배가 되다
토니 라인키 지음, 오현미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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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삐, 시티폰을 기억하시나요? 2천 년대 태생들이 아니라면 기억하고 있을 추억의 물건들이죠. 이후 2G폰을 거쳐 지금의 5G 스마트폰까지 인류의 통신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더불어 스마트폰과 함께 우리의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었던 콘텐츠는 단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라고 볼 수 있죠.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pc 기반 1세대 토종 SNS인 싸이월드를 대신해 스마트폰의 보급과 더불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들입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21세기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가 되었네요. 그런데 이 스마트폰은 현대인들에게 동전의 양면과 같이 유용함과 부작용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내밉니다. 며칠 전 스마트폰과 기독교 신자들의 일상과 신앙의 문제와의 연관성을 고찰한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주제의 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스마트폰이 가진 장점과 폐해를 기독교인의 관점에서 상세하게 고찰합니다. 책을 읽다가 "이 사람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하며 저자의 이력을 유심히 살펴보게 만든 책이었죠. 그만큼 개인적으로 내용과 문체에서 있어서 탁월함을 느꼈을 정도로 글을 맛있게 썼습니다.

책은 '스마트폰이 나를 바꾸는 12가지 방식'이라는 원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신자들의 삶과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성경적, 철학적, 인문학적, 과학기술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해 줍니다. 저자는 '테크놀로지 신학'이라는 생소한 용어를 사용합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스마트폰이라는 전지전능하며 무소부재한 신적 존재를 탄생시켰죠. 스마트폰은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우리의 종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우리의 우상이며 신(神)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8천 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3%가 눈만 뜨면 경건의 시간보다는 밤새 나에게 온 카톡과 SNS의 알림 들을 살펴보는 것이 일상의 첫 번째 일정임을 말합니다. 폰의 알람으로 잠을 깨우고 날씨와 그날의 일정을 확인하며 밤새 사건사고, 주가 폭락과 같은 소식을 전달받고 친구가 가족 여행을 가서 SNS에 찍어 올린 맛집 사진을 보며 키득거리며 '좋아요'와 댓글을 답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행하는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이죠.

저자는 폰에 집중할 때 신자의 삶은 참된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실제 피와 살을 지닌 이웃들의 삶에 무관심하게 된다고 말하죠. 이제 사람들은 몸은 한 공간 안에 있지만 정신과 마음은 전부 폰의 세계 속에서 각자의 관심사를 향해 무한 나래를 펼칩니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이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또한 저자는 인정 중독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SNS에 올린 나의 게시물의 '좋아요'와 댓글, 팔로워 숫자의 증감을 보며 누군가에게 인정받고자 갈망하는 인정 중독에 걸린 사람들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의 변덕스러운 지지에 의해 우리의 삶이 지탱되지 않음을 일깨워 주신다. 우리의 삶은 만사에 미치는 하나님의 주권으로 지탱됨"을 말합니다.

 

 

나는 접속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p54

 

저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혹시 내가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어쩌나, 사람들에게 잊히면 어쩌나, 이제 별 볼 일 없는 인물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있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꿰뚫어 본 통찰이 아닐 수 없네요. 과학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내면의 토양이 가진 비옥함이 없기에 현대인들의 마음은 닻을 잃은 배처럼 안정감 없이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스마트폰에 접속할 때 나의 존재 이유가 생기는 것만큼 불행하고 끔찍스러운 일도 없죠. 자신의 정체성을 하나님 안에서 찾지 못할 때 신자는 전지전능하며 무소부재한 스마트폰과 SNS가 투여해 주는 '좋아요'와 댓글이라는 빨간색 1회분 마약을 게걸스럽게 구하는 삶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도께 나가 다른 모든 영광보다도 그분의 영광을 귀하게 여기면, 인간의 인정이라는

소란스러운 쾌감을 버릴 수 있다. 우리 삶의 진정성 여부는 인간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p90~91

 

아직 유아인 둘째 아이가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확대하고 스크롤을 내리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단 몇 번의 관찰과 조작으로 완벽하게 스마트폰 유저가 되어버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어떻습니까? 사용자의 클릭과 방문, 시청 시간 등을 데이터화해서 관심도를 분석하여 나의 눈앞에 관련 상품과 사이트 등을 설탕 뿌리듯 뿌려줍니다. 과학기술에 의해 완벽하게 셋업 된 인간 구상을 지켜보며 무서움을 느낍니다. 마치 '조지 오엘'의 소설 <1984> 빅브라더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요.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죠. 얼마 전 10년간 사용했던 페이스북 계정을 탈퇴했습니다. 현재는 서평을 목적으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만 사용하고 있는데요 책 사진을 찍고 서평을 올리면서 퍼거슨 경이 말이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책의 저자는 절제와 고독의 미를 이야기하며 절제를 통한 균형감을 유지할 수 있는 절제 괴물이 되라고 말합니다. 아울러 "나는 인간의 모든 불행이 오직 한 가지 사실, 즉 이들이 자기 방에서 조용히 머물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한 '블레즈 파스칼'의 말을 인용하며 영혼을 채우는 참된 고독의 중요성과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세대의 민낯을 고발합니다.

 

집중력 결여, 현실과의 괴리, 인정 중독, 과학 기술의 인간 지배, 시간 낭비와 같은 화두를 비롯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스마트폰과 SNS의 문제는 신자들에게 무엇을 보고 무엇을 예배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맹위가 수그러들지 않는 시간 속에서 스마트폰은 분명 신자들에게 있어 훌륭한 비대면 예배의 도구로써 쓰임 받고 있습니다. 신자에게는 무엇을 찍어 올려야 하고 순간을 기록해야만 한다는 강박감 없이 지금 나의 주변 가족과 친구, 이웃을 그 실제와 현존으로 사랑하는 삶이 필요합니다. 스마트폰과 SNS를 우상으로 삼을 것인가,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도구이자 종으로서 삼을 것인가의 선택은 우리에게 던져진 문제인 것이죠!

 

우리는 믿음으로 현재 삶을 누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즉, 삶의 매순간을 '포착해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그 순간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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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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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캐릭터로 유명한 짐 캐리가 주연한 '트루먼쇼'와 명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식스 센스'라는 영화의 공통점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관객들의 영혼을 뒤흔드는 소름 끼치는 반전의 요소를 갖췄다는 점이죠. 이렇듯 좋은 이야기들은 예나 지금이나 설득력 있는 전개를 위해서 '플롯'이라는 극에 있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을 탑재합니다. 그런데 이 플롯은 이미 기원전 4세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시학'이라는 이름의 철학과 학문으로 연구되었습니다. 소피스트들에 의해 '테크네'로서의 실용적인 지식이 유포되었던 당시 상황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철학과 합리적인 원칙 없이 실용성만을 강조했던 테크네의 본질과 원리를 규명합니다. 그러면서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 있었던 '비극'을 연구하며 시학을 탄생시키게 되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학은 비극, 희극, 서사시, 서정시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입니다. 본서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은 총 26장으로 구성됩니다. 원래는 총 2권으로 1권에서는 비극과 서사시, 2권에서는 희극을 다루었는데 현재는 1권만 전해집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반부에서는 시 일반의 내용을 다루고 본론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지막 3부에서는 서사시에 대해 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를 모방하는 일에 있어 큰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는 인간이 선한 인격과 미덕을 고양하는 데 있어서 바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죠. 그런데 이러한 바른 감정의 표출은 당시 유행했던 비극이라는 공연 도구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소피스트들에 의해서 실용적인 기술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당당한 철학과 학문의 분야로 승격시킨 것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분야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었다는 반증입니다. 대중 예술인 비극을 통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감으로써 그들에게 바른 감정의 표출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로 인한 건강한 감정과 판단은 사람들의 고매한 인격과 미덕, 선한 인품을 보장한다고 여겼던 것이죠.

비극은 양념을 친 온갖 언어를 곳곳에 배치해, 낭송이 아니라 배우의 연기를 통해, 훌륭하고 위대한 하나의 완결된 사건을 모방하여 연민과 공포를 느끼게 함으로써 그 감정의 정화를 이루어내는 방식이다. p26

그러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6가지 특성을 말하는데 그중에서 비극의 몸통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 플롯을 위해서 많은 지면을 할애하죠. 쉽게 말해서 플롯은 행위나 사건을 구성하는 뼈대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정황과 사건들이 서로 인과관계 속에서 필연성과 개연성을 갖고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극의 상황을 치달리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반전과 인지, 수난의 요소가 포함됩니다.

 

 

 

 

서두에서 영화 트루먼쇼와 식스 센스 이야기를 꺼냈는데 이번에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영화 한 편이 책의 내용과 계속 오버랩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아카데미 시상식 4개 부문을 석권한 영화 '기생충'이었습니다. 본서에서 말하는 탄탄한 플롯과 역대급 반전, 인지, 수난의 모든 요소가 이처럼 잘 녹아져 있는 영화가 드물죠. 우선 "가장 훌륭한 비극은 플롯이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어야 하고,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나 사건이 있어야 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염두에 둘 때 영화 기생충은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듯합니다. 사실 유머 코드를 영화 곳곳에 적절히 배치한 봉준호 감독의 센스와 탁월한 배우들의 열연이 영화를 비극이라기보다는 희비극에 가깝게 만들었죠. 하지만 플롯은 러닝타임 내내 마치 외줄타기를 보는 듯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애간장을 졸이게 만듭니다.

그리고 숨겨져 왔던 지하방의 진실이 밝혀진 영화의 중간과 마지막 장면에서는 반전과 인지의 요소를 매우 휼륭하게 투여함으로써 다시 한번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영화의 묘미를 선보입니다. 더불어 수난의 장치 또한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훌륭한 비극이 갖추고 있어야 할 반전, 인지, 수난의 기법을 진득하게 녹여낸 작품이 아닐 수 없죠.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은유를 잘 사용할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만은 다른 사람이 가르쳐 줄 수 없으며 천재의 징표다. 은유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유사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은유하는 기생충은 다른 개체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빨아먹는 존재죠. 봉준호 감독은 부잣집에 들러붙은 한 가족과 이미 오랜 시간 그 집의 지하방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기생충으로 은유했죠. 이러한 모습을 볼 때 봉준호 감독은 이미 천재성을 지닌 연출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능하긴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보다는 불가능하지만 개연성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믿을 수 없는 일로 플롯을 구성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사실 영화 기생충은 이 조건에 딱 들어맞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인데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을 지녔다는 말이죠.

서평에 웬 영화 이야기?

240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전해져오는 탁월한 철학자의 메시지가 최근 우리의 일상에서 만난 너무나 훌륭한 영화 한 편에 녹록히 녹아져 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주저리 늘어놓아봤습니다. 그런데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보면 기실 우리네 인생 자체가 비극이요 희극이며 삶의 발자취가 새겨진 서사시가 아닐까요? 어린 시절 '왕년에 내가", "라떼는 말이야"를 호기스럽게 외치셨던 동네 어른들의 막걸리 입담 속 이야기들이 어쩌면 어설프지만 반전과 인지, 수난의 요소를 두루 갖춘 훌륭한 인생극의 표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수사학>과 더불어 단순한 유흥거리로서 전락할 수 있었던 비극, 희극, 서사시를 일종의 철학 체계와 학문으로서 승화시킨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적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저작이었습니다. 더불어 매일 아침 눈 뜨면 맞닥뜨려야 하는 우리의 일상이 비극임과 동시에 희극이라는 아이러니컬한 현실을 볼 때 한편의 비극을 관람하며 그 안에서 불러일으켜진 공포와 연민을 통한 감정의 정화(카타르시스)라는 인지적 메커니즘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필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을 통해 오늘도 살아내야 하고 버텨내야만 하는 타자가 아닌 본인의 굴곡진 반전과 인지, 수난의 희비극적 일상의 터전 속에서 철학자가 건네는 진정한 행복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면야 이 작은 책은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것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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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 매일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하는 소교리문답
스타 미드 지음, 김혜경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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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혼 가전이었던 TV를 버렸습니다. 오래 사용한 연유로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컸지만 삶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싶었던 내면의 갈망도 있었죠. 연일 웃고 떠들어대는 TV가 사라진 공간과 시간이 주는 그 적막함과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지만 역시 인간은 환경에 무섭게 적응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몇 달 전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출석했던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성경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제본 노트 한 권을 주었습니다. 매일 부모님과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성경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책이었는데 펼쳐들고서는 깜짝 놀랐죠. 책은 다름 아닌 성경의 핵심 교리를 정리해 놓은 일종의 교리문답집이었습니다. 교리가 사라진 대다수 현대 교회, 그것도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교회가 있다니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TV가 없어진 이 호기를 그냥 놓칠 수 없기에 매일 밤 잠자기 전 아이와 함께 교회에서 나눠준 교리문답집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아이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교리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나게 된 책이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1643년부터 47년까지 영국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작성되고 승인된 장로교회의 표준 문답서입니다. 이 안에는 성경에서 길어올린 그야말로 진리의 정수가 담겨있죠. 개혁주의 교리와 십계명, 주기도문이 주요 내용으로 소교리문답은 아이들과 초심자들을 위한 교리문답집이며 대교리문답은 성인들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이 책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학교 교사이자 주부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미국의 '스타 미드'라는 평범한 여성에 의해서 쓰인 책입니다. 교회에서 교리를 말할 때 대부분의 반응은 신학적 파벌을 나누는 다툼의 원인으로 생각해서 터부시하거나 아니면 오랜 유물과 같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따분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죠. 이는 현대 복음주의 교회 내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교리에 대한 큰 오해입니다. 교리는 성경에서 추출한 진리의 핵심입니다. 즉, 성경 말씀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죠. 그렇기에 바른 신자라면 자신이 믿는 신앙의 대상과 관련해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위의 이야기한 교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대다수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교리를 설교하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본서는 아직 아이들의 세계관과 자아가 온전히 정립되기 전 아이들에게 바른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 무엇보다도 바른 신앙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의 책입니다. 총 107문항으로 구성되어 한 문항을 가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부합니다. 매일 해당 문항에 관련한 짤막한 주제 묵상을 읽고 아이와 함께 생각하며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리문답 책답게 가능한 가장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으며 묵상 중에는 해당 교리와 관련된 중요 성경 구절 한두 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직접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짧은 집중 시간을 고려하여 5분을 넘기지 않는 간략한 내용으로 핵심을 압축함으로써 운영의 묘미를 발휘한 책이기도 하죠.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제 2문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기 위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법칙은 무엇입니까?

--->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유일한 법칙은 신,구약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p24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학습의 key는 뭐니 뭐니해도 해당 교리를 암송하는 것입니다. 교리 문답서의 목적이 바로 학습자가 성경의 핵심을 암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스마트폰만 켜면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제공되는 첨단의 시대 속에서 암기와 암송은 참 미개한 방법과 같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적지 않게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이 암기와 암송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여러 번 체험했다는 것이죠. 아이에게 매일 문답을 시작하기 전 그날의 문답과 전 주간에 배웠던 문답을 복습 차원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시작합니다. 학습을 마쳤을 때 이 절차를 한 번 더 반복해 주죠. 이렇게 해도 총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습니다. 이 바쁘고 고단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이렇게 키울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반신반의했던 아이가 문답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기쁨은 우리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짐으로써 갖게 되는 휴식이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희열로서 다가옵니다.

 

공교육의 현장이 무너졌다고 다들 아우성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다양한 기계 문명 속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자는 언약 자손으로서의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교회에만 자녀의 신앙 교육을 맡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죠. 자녀의 신앙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경건한 믿음의 선조들인 청교도들 또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의 자아가 정립되기 전 세상의 사조가 아이들의 가치관을 잠식하기 전 그들이 하나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성경적인 틀을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죠. 그리고 교리문답은 이러한 일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유아인 둘째 아이는 차치하고,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매우 활달한 성향이라서 그런지 집중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습니다. 문답 시간에 여전히 떠들고 다른 책을 가져와서 읽으려고 하는 등 참 말을 듣지 않네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 샘솟지만 아이이기에 그럴 수 있음으로 여기고 기도하며 인내를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붙잡지 않으면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부모로서 절박한 마음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나에게 가장 자신 없는 일이 바로 자녀 양육이랍니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언약 자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른 신앙 안에서 발견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자들로서 살아가도록 하나님께서 부모인 우리에게 자녀 양육의 사명을 맡기셨음을 알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죠! 기도로서 눈물과 땀의 씨앗을 뿌릴 때 언젠가 기쁨으로 단을 거둘 때가 올 것을 믿으며 오늘도 우리 가정의 교리문답은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이라는 탁월한 자녀 양육서를 쓴 저자 '조엘 비키' 목사님의 기도문 한 구절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오, 하나님! 제 혈육이 멸망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와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이 주님의 눈에 보배로운 사람이 되어 주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 / 조엘 비키 / 지평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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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불행에 답하다 21세기 리폼드 시리즈 12
브라이언 채플 외 지음, 허동원 옮김 / 지평서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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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시절 교회 누나의 남동생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인은 자살. 결코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합니다. 또한 교회에서 신실하게 신앙생활하셨던 어느 집사님의 5세 아들이 뇌 병변으로 인한 2년간의 투병 끝에 사망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러듯 젊은 신자의 자살, 아직 인생을 제대로 시작도 못한 어린 자녀의 죽음 등을 목격하며 당시 청년 신자로서 교회를 출석하고 있던 내게 크나큰 충격과 함께 깊은 신앙적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 어찌 이러한 끔찍스러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모든 슬픔과 고통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랑의 하나님이 이러한 모든 비극을 그냥 허용하신다는 말인가? 이와 같이 신앙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섰지만 당시 누구 하나 나에게 이와같은 질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사람은 없었죠.

최근 이러한 청년 시절 내가 목격한 신자들의 고통과 절망의 상황 속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발견토록 도와주는 정말 보기드문 저작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브라이언 채플, 마이클 호튼, 존 파이퍼, 팀 켈러 등 총 12명의 미국 개혁주의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함께 공저한 <성도의 불행에 답하다>입니다. 책은 쉽게 말해서 목사님들의 장례식 설교문을 그대로 수록한 것입니다. 다만 평범한 장례식이 아닌 정상적이라고 말하기 힘든 극심한 고통과 역경으로 대변되는 신자들의 비극적 죽음 앞에서 행한 설교문들인 것이죠. 테러로 인한 사망, 낙태, 유산, 사산, 지체장애 아동의 죽음, 신생아와 유아돌연사, 어린이의 죽음, 교통사고, 살인, 목사의 자살, 친구의 자살, 청소년의 자살 등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죽음 뒤에 따라오는 신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과 의문 앞에서 개혁주의 목회자들이 내놓은 해답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립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가슴이 메어지는 기가 막힐만한 비극의 현장 속에 있는 유족들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하며 그 안에서도 참된 복음을 전해야 하는 어려운 사명이 목회자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의례적인 장례 설교가 아니라 성도가 당한 슬픔의 애가 속에서 하나님의 진정한 위로와 회복, 소망의 메시지를 퍼올려야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책은 두 가지 면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결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아픔의 현장 속에서 설교해야만 하는 목회자들에게 바른 장례 설교의 표본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신학교와 실제적인 임상목회의 현장 속에서 쉽게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평생 목회하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책의 설교들은 바른 장례 설교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입니다.

두 번째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대한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간직한 개혁주의 신학자이며 목회자들이 성경과 바른 신학적 바탕 위에서 성도의 불행에 답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핵심을 놓치고 마는 수박 겉핥기식의 말씀이 아니라 정확한 성경과 바른 교리적 지식으로부터 도출된 위로의 말씀들이 빼곡합니다. 개인적으로 개혁주의권에서 이러한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요. 더불어 이 책이 가지는 특징은 매우 따뜻하다는 점입니다. 결코 숨조차 제대로 쉬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과 아픔 속에서 개혁주의 신학이 가진 날카롭고 예리한 지성을 토대로 따스한 목양의 마음이 담긴 복음의 메시지는 비극적 상황 앞에 힘겨워하는 유족들에게는 크나큰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로 다가오는 동시에 장례식에 참석한 신자들과 불신자들 모두에게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비밀을 깨닫도록 돕습니다.

 

 

 

 

"모든 역경에 빛나는 유일하고 절대적인 해답, '그리스도의 십자가'

 

깊은 상실과 불행 앞에서는 피상적인 위로, 신학적이고 철학적이며 지성적인 사유도 전부 쓸모가 없습니다. 생살이 찢기는 것과 같은 처참한 고통의 물음 앞에서 자신이 견지해왔던 기독교 신앙과 믿음마저 흔들릴 때 우리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의문과 그분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영혼의 심연 가운데서 싹트기 시작할 때 우리의 믿음을 올곧게 세워 줄 수 있는 말씀이 정녕 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정말 책에 나오는 비극적 질문에 대해 침묵하고만 계실까요? 책에서 저자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내 사랑하는 아이가 인생의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죽었다! 도대체 내가 믿는 하나님은 어디 계시느냐?라고 절규하며 울부짖는 부모의 처절한 물음 앞에 저자들은 성경을 통해 독자들의 시선을 2천 년 전 갈보리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를 향하도록 이끕니다. 그렇습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절망의 실존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본서의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이 책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그리고 본서는 바로 그 성경 안에서 찾은 진리의 정수를 고통과 비극의 심장에 이식합니다. 이렇듯 침묵하고 계시는 것만 같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를 보내셔서 우리가 당해야 할 죄의 고통과 무게를 겪게 하셨습니다. 우리의 모든 비극에 대한 하나님의 대답은 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것이죠! 그리고 십자가를 통한 고귀한 은혜는 성도가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경험하게 되는 하나님의 주권, 경륜과 섭리, 그분의 말할 수 없이 완전한 지혜를 포괄합니다. 요 며칠 절판이 되었기에 중고서점을 통해 어렵게 구한 책을 가지고 텅 빈 도서관 열람실에 홀로 앉아 마음으로 얼마나 울면서 읽었는지 모릅니다. 오래전 내가 경험한 그 일들이 마치 데자뷰와 같이 되살아나서 그랬던 것일까요? 유아들의 죽음과 신자들의 자살을 이야기하는 챕터에서는 선뜻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참혹한 고통의 현장 속에서 결국 성도가 눈을 들어 바라보아야 하는 곳은 바로 십자가가 세워진 갈보리 언덕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주권과 지혜, 경륜과 섭리의 신비가 응축된 십자가의 은혜만이 정신을 잃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비극과 슬픔의 애가 속에 있는 성도들에게 참된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가 되어 그들의 불행에 답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위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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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 초간단 인문 교양 시리즈
이경윤 지음, 유영근 그림 / 대원키즈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볕이 좋은 날이면 골목에서 친구들과 으레 하곤 했던 놀이가 있었습니다. 볼록 돋보기를 가지고 나와 내리쬐는 햇살의 초점을 신문지의 검은색 인쇄 부분에 맞추어 태우는 놀이였는데 그때는 그러한 놀이가 어떠한 원리로서 이루어지는지 잘 몰랐었죠. 이후 과학 수업 시간에 볼록렌즈와 오목렌즈의 기능과 빛의 성질, 원리 등을 배우기 전까지는요. 이렇듯 수업 시간을 통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일상 속 소소한 과학의 원리를 발견하고 재미있어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런 단상 속에 얼마 전 초등학생의 학부모로서 아이가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작은 과학 만화책 한 권을 만났습니다.

<초3, 과학이 온다 : 길에서 만나는 과학>은 사계절 일상 속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만화로서 간결하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등장인물인 유리, 아빠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야옹이'를 주인공으로 우리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흥미롭게 알려주기에 단순 서술식으로 딱딱하고 건조하게 지식만을 전달하는 여느 과학 책들과는 달리 아이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죠. 책은 계절별로 10개, 총 40개의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봄에는 나뭇잎은 왜 녹색일까?","비는 어떻게 내리는 거야?","공원의 수돗물, 마셔도 될까?"와 같이 실생활에서 아이들이 의문을 가질만한 그야말로 생활밀착형 질문들이 빼곡합니다.

또한 책이 가지는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독자인 아이들이 읽은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고 리마인드 해볼 수 있도록 계절별로 챕터가 끝날 때마다 일종의 단원평가와 같은 마무리 구성을 해놓았다는 점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고 좋았던 것이 마지막 부분이기도 했고요. 공부한 단원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초성 퀴즈, 지그재그 낱말 잇기, 작대기 잇기 퀴즈, 문장 완성과 단어 완성 퀴즈, 가로세로 퍼즐 등을 풀다 보면 연상되는 과학 용어들에 대한 기억이 제법 오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는 키워드 찾아보기를 통해서 아이들이 혹 궁금해하는 과학 개념과 용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일종의 색인으로서의 기능도 갖추고 있음을 볼 때 작은 책 한 권이 매우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음을 발견하게 되네요.

 

 

"붕어빵 겉이 바삭하고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것은 마이야르 반응 때문이야." p89

 

위의 문장은 겨울 챕터 "붕어빵에도 과학이 있다고?"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겨울 길거리 간식 중 최애 메뉴에 속하는 붕어빵을 먹으며 성인인 나 또한 항상 궁금했던 점이 붕어빵의 겉은 이처럼 바삭하니 맛있는데 어찌 속의 내용물은 하나도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이 책에서 바로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의사이자 화학자인 '마이야르'라는 사람이 발견한 원리이기에 그의 이름을 붙인 마이야르 반응은 식품을 130~200도의 고열로 가열할 때 식품 속 당과 아미노산이 반응하여 식품이 갈색으로 변하고, 수분이 빠지면서 바삭하게 구워지는 효과를 낸다고 하네요. 빵과 고기를 굽고, 커피 원두를 볶을 때 모두 이 마이야르 반응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실로 생활 친화적 과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집 첫째 아이는 책이 도착하자 순식간에 완독을 했습니다. 뒤 페이지에 실린 문제까지 풀면서요. 이제 개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학교 수업 시간에 만나게 된다면 아이에게 있어서는 이미 한번 접한 주제에 대한 익숙함이 공부를 하는 데 있어 큰 자신감으로 다가오리라 믿습니다. 물론 이처럼 초등학생들에게 과학 수업을 예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도 좋지만 만화로서 놀이와 같이 흥미롭게 독서를 하는 것도 부담 없고 좋을 듯하네요. 사실 이제는 부모 세대와는 달리 일상의 호기심을 스마트폰과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그때그때 해결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직접 책장을 넘기며 페이지의 촉감을 향유할 수 있는 활자 매체로서 책만이 가지는 그 아날로그적 감성의 장점은 비교불가이죠. 그렇기에 이러한 과학 학습 만화 한 권의 가치는 더 높다고 봅니다. 비대면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때 직접 실험하고 경험하는 일들은 쉽지 않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주변을 둘러싼 생활 환경과 계절의 변화 속에서 발견하는 과학의 원리들을 배울 수 있는 한 권의 책은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과 유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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