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 - 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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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레데리크 시프테 지음, 이세진 옮김, 우리는 매일 슬픔 한 조각을 삼킨다(삶에 질식당하지 않았던 10명의 사상가들), 문학동네



1. 프랑스에서 철학자이자 철학교사인 저자의 에세이다. 니체, 페소아, 프루스트, 쇼펜하우어 등 10명의 철학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는데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포함된 듯하다. 이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경험으로부터 성장과정에서 갖게 된 허무주의(저자는 이를 우주론이라 칭함)나 비관과 염세의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전개한다. 지나친 삶에 대한 긍정을 강조하는 글보다 떄로는 비판적, 비관적 현실주의자의 글이 공감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이 그랬다.



* 메모

- 나는 허무주의자로서, 모든 것이 우연과 죽음에 불과하다는 데 대해 확신까지는 하지 않되 그럴 거라는 뚜렷한 느낌은 품고 있다. 확신과 뚜렷한 느낌은 다르다. 우리가 무언가를 확신하는 이유는, 그것이 뚜렷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모호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207-208쪽



* 프리드리히 니체

“하루의 3분의 2를 자기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사람은 노예다.”



* 페르난두 페소아

“교양 있되 정념 없는 삶, 언제라도 권태에 빠질 수 있을 만큼 느리지만 결코 그렇게 되지는 않을 만큼 심사숙고하는 삶을 살라.”

- “누군가를 애도할 때는 세상이 초라하고 공허하게 느껴지지만, 우울증에 빠지면 자기 자신이 초라하고 공허하다”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50-51쪽


* 마르셀 프루스트

“관념은 슬픔의 대용품이다.” 여기에 프루스트는 덧붙인다. “슬픔은 관념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 마음에 끼치는 유해성을 일부 잃는다. 심지어 처음에는 그러한 변화 자체가 급작스러운 기쁨을 발산한다.” 74-75쪽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인생 이야기는 항상 고통의 이야기다.”

- 고슴도치의 비유

-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스피노자의 ‘지복론’과의 차별화



* 전도서

“너무 의롭게 살지도 말고, 너무 슬기롭게 살지도 말아라. 왜 스스로를 망치려 하는가?”



* 미셸 드 몽테뉴

“우리 생애의 목적은 죽음이다.”



* 세바스티앵 샹포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철학은 유쾌한 풍자와 멸시 어린 관용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

“ ‘인간의 인간에게 늑대다.’ 인생과 역사의 이 가르침을 앞에 두고 누가 감히 반박할 수 있겠는가?”

- 프로이트는 『문명 속의 불만』에서 홉스에게 진 빚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인간의 본성에는 불화의 세 가지 주된 원인이 있다. 첫째 원인은 경쟁심이다. 둘째는 자기 확신의 결여다. 셋째는 영광에 대한 욕구다. 인간들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명성을 얻기 위해서 서로를 공격하게 마련이다.” 185쪽



* 클레망 로세

“‘난잡한 상태’가 만물의 근본 상태다.”



*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

“사랑은 두 고독을 맞바꾸려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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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PD의 여행수다 - 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탁재형 외 지음 / 김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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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형, 전명진 지음, 탁PD의 여행수다(세계로 가는 여행 뒷담화), 김영사



1. 같은 제목의 여행 팟캐스트 내용 중 몇 에피소드가 담긴 책이다.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에 비해 공개방송 현장녹음을 녹취한 것이라 훨씬 생동감이 있다. 실제 방송에서는 탁피디의 찰진 욕설과 비속어가 가끔 난무할 때도 있지만 책에서는 빠졌다. 브라질, 제주, 페루, 호주, 영국, 파키스탄,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 편이 담겼다.



‘귀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세계여행, 여행교의 간증집회 탁PD의 여행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방송의 첫 멘트처럼 세계여행을 한 기분이다. 특히 방송으로는 소개할 수 없는 여행지의 아름다운 사진들이 담겨 있어 반가웠다.



* 브라질

히우 지 자네이루


* 제주

‘말이 통하는 외국’


* 페루

쿠스코: 잉카의 언어였던 케추아어로 ‘세상의 배꼽’이라는 뜻이다. 푸마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계획도시로, 타완틴수요의 수도이기도 했다. 182쪽


* 호주

아웃백 일반적으로 노던 테리토리와 내륙 쪽을 일컫는 오지, 황무지 같은 곳들을 가리켜요.


* 영국


* 파키스탄

대우버스,

“인샬라” “알라후 아크바르” : 신의 뜻대로 될지어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 뉴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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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아침
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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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지음, 류재화 옮김, 세상의 모든 아침, 문학과지성사



1. 『은밀한 생』을 읽고 이 소설을 읽으니 파스칼 키냐르가 추구했던 ‘과거, 사랑’에 대한 철학을 조금 더 이야기가 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생트 콜롱브’ 비올라 다 감바 연주자가 아내를 사별하고 두 딸을 키우면서, ‘마랭 마레’라는 제자를 받아들이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음악이라는 주제로 잘 엮어냈다고 생각한다.



1650년 봄, 생트 콜롱브 부인이 죽었다. 7쪽
첫문장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Tous les matins du monde sont sans retour) 112쪽



저자가 생각하는 ‘과거’는 언어 이전의 세계, 빛이 들기 전의 어둠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의 합일처럼 보다 근원적이고 원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듯하다. 과거는 단순과거는 아닌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완료진행형’이다. 사랑과 음악을 중심에 놓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길지 않은 소설이다. 동일 제목으로 영화화하기도 했다.



- “언어가 버린 자들이 물 마시는 곳. 아이들의 그림자. 갖바치의 망치질. 유아기 이전의 상태. 호흡 없이 있었을 때. 빛이 없었을 때.”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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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창비시선 369
권혁웅 지음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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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웅 시집,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창비



1. 우리 주변에서 누구나 겪을 법만 일상이 시인의 몸을 통과하니 시가 되었다. 그의 시의 능청스러움, 해학의 코드는 웃음을 짓게 만들기보다 짠하다. 웃프다. 가볍게 보이거나 시어로 사용하지 않을 법한 고사성어, 비속어, 은어까지 자유자재로 비벼 맛깔나게 표현한다. 그는 미래파를 지지하지만 서정시를 쓴다. 서정은 서정인데 풍자코드가 짙다. 시치미 떼기를 배웠다.



* 메모

- 고스톱 치는 순서는 왜 왼쪽인가 11쪽 부분

시간을 따라가면 죽음과 마주치게 된다는 뜻, 그래서 고스톱 치는 순서가 왼돌이일 거예요 우리고모, 동네 할머니들과 힘을 합쳐 시간에 저항하고 있는 거지요



- 환절기 72쪽

몸의 절반이 봄으로 건너가지 못한 여자가 있다 그녀의 왼쪽은 가로등을 꺼버린 골목길이다 모세혈관마저 캄캄하게 돌아 나오는 길을 잊었으므로 그곳엔 지금 처음 남자에게 안겼을 때의 체온과 첫 입술이 서성이고 있다 (중략) 오른쪽 절반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왼쪽이어서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우익이다 (후략)



- 서해에서 76쪽

인간이 버린 것들을 천천히 되밀어오는 해안/ 나의 해안선은 늑막염처럼 쓰리다/ 모래에 묻어둔 병은 담장에 박아둔 병과 똑같이/ 경계를 넘는 이들의 발을 베어버린다 (중략)/ 그러니, 그런 것이다, 누가 손을 넣어/ 가슴의 불을 끄는 때가 있는 것이다




- 운명의 힘, 96-97쪽 부분

혈압이 길 가던 아버지를 불러 세웠다/ 골목에서 삥을 뜯던 불량배처럼/ 운명이 뒤에서 아버지 머리를 후려쳤다/ 나오면 백원에 한 대다,/ 주머니에서 정말로 동전들이 굴러나왔다// 됐어, 이제 가봐/ 운명은 너무 일찍 그를 귀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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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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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소설, 송의경 옮김, 은밀한 생, 문학과지성사


1. 이 책을 소설이란 장르로 한정짓기엔 충분치 않다. 사랑에 관한 소설이자, 철학에세이, 자서전, 시 또는 그 모두라 불릴 만한 책. 사랑과 언어에 대한 은유와 상징이 풍부하면서도 철저히 논증하려는 시도도 게을리 하지 않는 특이한 책. 서사성이 짙은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하겠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기억 이전의 기억에 잠시 푹 빠질 수 있었다. 비사회적이고 비언어적인, 결혼과 생식이 목적이 아닌 사랑의 본질을 추구하며 철저히 변방에 머무르길 주저하지 않는 사랑에 대한 지독한 탐구다.



* 키냐르는 1996년 1월 『소론집』과 소설을 집필 중이었는데 갑자기 심한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으로 귀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는 그 즉시 모든 일을 중단하고 그때까지와는 다른 어떤 것, 총체적인 모든 것(사상, 소설, 삶, 지식 등)이 포함된 단 하나의 육체와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 작품(1998년 출간)을 썼다고 말한다. (해설 중에서 480쪽)



나는, 내가 읽으면서 몽상할 수 있는 그런 책을 쓰려고 한다. 나는 몽테뉴, 루소, 바타유가 시도했던 것에 완전히 감탄했다. 그들은 사유, 삶, 허구, 지식을, 마치 그것들이 하나의 몸인 듯 뒤섞었다. 한 손의 다섯 손가락들이 무엇인가를 붙잡고 있었다. 292쪽


- 아무르 amour​ 는 말을 하는 입이라기보다는, 배가 고파 입술을 앞으로 내밀어 본능적으로 젖을 빠는 입 모양에 더 가까운 단어다. 15쪽



- 그런데 사랑이란 정확히 이런 것이다: 은밀한 생, 분리된 성스러운 삶,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 그것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된 삶인 이유는, 그러한 삶이 가족보다 먼저, 사회보다 먼저, 빛보다 먼저, 언어보다 먼저, 삶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어둠 속, 목소리도 없는, 출생조차도 알지 못하는, 태생胎生의 삶. 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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