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406
이이체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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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체 시집, 죽은 눈을 위한 송가, 문학과지성사

 

 

1. 크게 4부로 나뉜다. 제1부, 제2부의 시들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비교적 그 의미를 파악하기 쉬운데, 후반부(제3부, 제4부)는 관념어, 추상적인 단어를 환유하거나 나열해가며 전개하는 방식이라 한두 번 읽어서는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 메모

 

- 화장일기 14-15쪽 부분

 

알렙들, 반복은 없고 부엌은 유년의 바람개비이다. (중략) 어머니가 묻는다. 바람이 불고 있니? 세제로 립스틱을 닦으며 내가 대답한다. 아뇨, 내가 만드는 바람만 있습니다.

 

- 나무 라디오 36-37쪽 현대시 등단작

 

잎사귀들이 살고 있는 스피커, 한쪽의 귀가 없다/ 나이테가 생기는 책상에 당신은 앉아 있다/ 주파수를 돌리자 잎사귀들이 떨어지고/ 허공은 종이를 찢어 한쪽 소리를 날려 보낸다/ 나무로 된 음악은 숲을 기억한다/ 모든 음악은 기억이 부르는 것/ 당신은 그것을 씨앗들에게 달아준다/ 소리 없는 나뭇가지들,/ 뿌리들의 유쾌한 휘파람/ 계절을 돌며 노래와 주파수를 녹음(錄音)하는 나무 라디오

 

뛰는 심장을 어루만지곤 했다/ 절벽에 뿌리를 내린 나무도 그와 같지/ 그것이 당신의 절규하는 첫 발음, 굽은 음색의 첫 싹/ 고사목 같은 목소리들이 자정을 알린다/ 스피커에서는 시퍼렇게 늙은 소리들이 절벽을 뛰어 내렸지/ 소리를 채록하는 것은 나무들의 오랜 습관이라는 것을 알아야/ 라디오의 청취자가 되는 거지//

 

전파가 흘려주는 직유는 꼭 구부러져 있었네/ 숲을 이루지 못한 소리들이 잎사귀를 늘어뜨리고/ 조용한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지/ 녹음하지 못한 울음들이 당신에게 갈 때,/ 스피커가 아닌 라디오를 끄지//

 

절벽의 나무로 만든 스피커가 채록한 소리들은/ 다 휘어져 있지/ 기억해 모든 소리들은 떨어지는 것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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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 (특별판)
문재인 지음 / 북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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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운명(특별판), BOOKPAL


1. 모차르르 레퀴엠 d단조(K.626)이 흐른다. 모차르트가 작곡 도중 사망해서 그의 제자가 완성한 곡이다. ‘주여,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Requiem aeternam)을 주소서’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인트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인 곡이다.


2099년 5월 23일 ‘그날 아침’으로 시작해서 ‘운명이다’로 끝나는 이 한 편의 레퀴엠.


모차르트는 초라하게 장례가 치러지고 결국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르지만 모차르트의 위대한 피아노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교향곡, 클라리넷 협주곡, 오페라는 지금도 자주 연주된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가린 그의 유년시절부터의 고난과 비극적인 최후를 기억해야 한다.



모차르트에 비하면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장으로 서울 광장에서 베토벤의 장례식 처럼 성대하고 엄숙하게 치러줘 봉하에 묻혔다. ‘사람사는 세상’으로 향하는 노정은 현재 진행형이고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정치인으로서 활동 곁에 항상 같이 했던 문재인 변호사, 마지막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되었다.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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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머나먼 - 2010 제18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문학과지성 시인선 372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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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문학과지성사

 

1. 최승자 시인이 21세기에 낸 첫 번째 시집(2010). 시집의 키워드는 ‘시간’. 문명, 세계의 너머, 너머의 너머, 초시간. 시인의 지금 여기의 고통을 미래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저벅저벅 머나먼 길을 가고 있다.

 

 

- 時間입니다 54-55쪽 부분

 

과거를 현재로 살고 있는 사람들/ 파먹을 정신이 없어서/ 과거를 오늘의 뷔페식으로/ 섞어 먹는 사람들/ 언제쯤 그 정신이라도/ 끝날 날이 없을까/ 그 정신 뷔페식을/ 같이 먹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사람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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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 한 달에 한 번 직장인 여행 프로젝트
엄지사진관 지음 / 팬덤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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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사진관 지음, 『수고했어, 오늘도(한달에 한 번 직장인 여행 프로젝트)』, 팬덤북스

 

 

희로애락 4부로 나누어 각 부마다 직장생활에 대한 에피소드와 직장생활 중 떠난 여행에 관한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장생활 부분이 내용의 약 70%.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회인으로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에 공감하기도 했지만 약간 뻔하고 지루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어 결국 베트남, 홍콩, 마카오, 체코, 인도, 제주 등의 여행에 대한 에피소드만 읽고 덮었다. SNS상에 소소한 일상과 사진으로 볼 때는 아기자기한 면도 있었겠지만 책으로 묶었을 때는 직장생활 부분이 특별함을 주기에는 모자랐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관련 책을 고를 때 되도록 사진이 많고 쉽게 넘길 수 있거나 내가 가보지 못한 장소나 경험에 매력을 느끼는 내 취향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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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 시인선 16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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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시집, 이 時代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 최승자 시인의 첫 시집. 이 시집의 나이가 내 나이와 같은 서른 일곱. 한 편 한 편 읽을 때마다 시인이나 시의 화자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사랑’이라는 시집의 내면을 읽어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의도한 건지 모르겠지만 「삼 십 세」는 30쪽에 실려 있다. 허공을 후벼 파는 시어들이 그려내는 슬픈 칼춤 같은 시집.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 십 세」 30쪽)’,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올 여름의 인생공부」)



* 메모



- 일찍이 나는 13쪽 부분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 개 같은 가을이 14쪽 부분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 올 여름의 인생공부 28-29쪽 부분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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