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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프로젝트 - 로더릭 맥레이 사건 문서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조영학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월
평점 :
아내가 초반을 읽다가 살인 사건에 대한 소설이라 밤에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다고 덮어둔 책이었다.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소작인의 아들 로더릭 맥레이가 마을 치안관으로 새로 부임한 라클런 브로드의 멕레이 집안에 대한 완장질에 불만을 품고 라클런과 그의 자식들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에 대해 피고인의 비망록(진술), 재판, 후일담이 담겼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범죄 소설과 달리, 범인은 분명히 특정되어 있고, 범죄를 자백했으며, 특별한 반전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여타 소설들과 무엇이 다를까?
일단 1860년대 소작제도에 기반한 스코틀랜드 시골 마을의 시대상이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내가 그 마을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는 책장을 자꾸 넘기게 하는 동력이다.
나아가 규율(규칙), 사법제도(증인의 증언들, 정신과 의사의 감정결과), 당시의 언론과 여론으로 대변되는 기득권의 한 축과,
개인(자유 의지)의 행복, 선택, 자유의지, 도덕(적 광기)의 쇠락한 기둥이 있다. 결과는 누구나 예상가능하는 것처럼 처참히 한 개인과 그 집안이 몰락한다.
재판과정에서 로더릭의 변호사가 행위 당시 피고인이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음을, 즉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말하는 책임능력(사물을 인식할 수 있고, 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비난가능성이 없음을 주장하는 장면은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로더릭이 살인을 저지르기 한참 전에 행한 행동들(이 행동들 때문에 그의 집안이 궁핍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다친 양을 가여이 여겨 둔기로 고통을 제거하는 장면, 사슴 사냥을 갔다가 막 사냥이 이루어지는 순간 수탉이나 새의 흉내를 내며 소리쳐 사슴을 쫓아버리는 장면, 다친 어린 새를 위해 헛간에 둥우리를 만들어 준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로더릭의 생명에 대한 공감능력 떄문이었으리라.
진술 챕터에서는 로더릭의 1인칭 시점으로, 재판과정과 후일담 부분은 3인칭으로 서술되고 있어서
인물의 내면 묘사와 사건의 진행에 관한 관찰자적 시점에 의한 서술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흥미를 끈 쪽은 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