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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파씨의 입문 1 ㅣ 창비 국내문학 큰글자도서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평점 :
현빈 주연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가 2019. 1.20. 16작으로 끝이 났다. 증강현실이라는 소재를 드라마에 끌어들인 점에서는 신선했지만, 드라마가 후반부로 갈수록 회상 장면이 반복되고 앞부분에 던져 놓았던 실마리들을 다 주워담지 못하고 끝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궁금한 것은 게임용 특수렌즈를 끼지 않았는데도 버그로 추정되는 원인 떄문에 죽은 사람의 형체가 유저에게 왜 나타나는가, 하는 점이다. 현실의 비존재가 내 눈앞에 말 없는 형체로 출몰한다면 얼마나 섬뜩할까. 그는 가상의 캐릭터나 게임의 오류가 아니라 진정 특정한 누군가(게임을 진행 중 유저 혹은 게임을 하고 있지 않은 유저)에게 전달하려는 말이 있었던 게 아닐까.
황정은의 이 소설집의 전반부 네 작품을 읽었다.
첫 작품 "야행"을 제외하고 세 작품이 직접적("대니 드비토") 또는 간접적으로든 몸체 없는 유령의 형태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자꾸만 자신의 꼬인 생각과 내면을 파고드는 바늘처럼 날카로운 뿌리들. 어디가 끝인지도 예상하거나 예감할 수 없이 끝없이 "낙하"하고 떠밀리고 부딪히는 존재들의 슬픔이 느껴졌다. 한밤에 들려오는 희미한 울음소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