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떠나올 때 우리가 원했던 것
정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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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는 앉으면 쇼팽의 음악이 나오는 쇼팽 벤치가 있다





나는 폴란드에 있지 않고

나는 폴란드에 가본 적도 없고

나는 벤치에 앉아 있지도 않다

그런데 소소리바람이 던진 변화구 같은 쇼팽의 음악이 들린다





사이프러스 숲 속에도 벤치가 있었다

묘지처럼 고요한 미술관 앞 벤치에 남자가 있었다

왼쪽 다리를 오른 다리에 얹고 두 손을 모은 채

마스크를 쓴 얼굴을 외투 깃 안으로 욱여 넣고 있었다





그날의 전시는 미래-과거에 관한 것이었는데

나는 설명을 먼저 읽었고 너는 그림을 먼저 보았다

생각은 손등과 손금처럼 가깝고 낯설었다





떨어지는 잎이 바닥에 손을 짚을 때마다

다른 음악이 흘러나왔다

녹턴 프렐류드 에튀드 발라드





전봇대와 자전거가 끌러안고 있다

가로등은 조용히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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