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이펙트
페터 회 지음, 김진아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터 회 장편소설, 수잔 이펙트, 현대문학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쓴 덴마크 작가 페터 회의 소설이다. 1957년생, 전직 발레 무용수, 배우, 등산가. 현 직업 작가. 이력을 보듯 그의 문체는 독특하다. 시크하고 냉소적인 유머, 도발적인 장면을 박진감있게 그려낼 줄 아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북유럽 작가의 특징인지, 페터 회의 고유한 감성인지 분명치 않지만 한국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와는 또다른 감성이 분명 있다.



물론 이 책은 아쉬운 점도 있다. 덴마크어를 번역한 독일책을 중역한 책이다. 옮긴이의 말에서 설명하듯 독일어로 번역하면 문장과 책 분량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읽어나가는데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인공이 장소를 바꿔 가며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건을 일으키는데 핵심이 딱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극단적인 이기심에 사로잡힌 존재가 타인을 발견해나간다는 주제의식을 부각하기 위해 보다 더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수잔의 직업인 물리학과 연관시켜서 사건을 전개했다면 훨씬 설득력이 있었을 것 같다.





* 메모








● 책 뒷날개 줄거리


타임매거진에 ‘위대한 덴마크’가정이라고까지 소개됐던 수잔 스벤센 가족은 인도에서 문제를 일으켜 수감됐거나 도주 중이다. 물리학자 수잔은 카지노에서 자신을 강간하려 했던 볼리우드 배우를 때려눕혀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유명한 음악가인 그녀의 남편은 인도 부족장의 딸과 도망쳐서 마피아에게 쫓기는 중이고, 아들은 골동품 밀수 혐의로 고소당했으며, 딸은 백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승려와 사랑에 빠져 도주했다.

수감된 수잔은 덴마크 국가 기관으로부터 1970년대에 젊은 인재들로 결성돼 지상낙원을 건설하려 한 ‘미래위원회’ 위원들의 마지막 보고서를 찾아내라는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모든 혐의를 벗기 위해 수잔과 가족들은 미래위원회 위원들을 찾아 나서고, 그들이 기획한 거대한 음모를 마주하게 된다.




- “방금 그 말을 한 건 내가 아니었어. 소매를 걷어 올린 것도 내 의지가 아니고, 내 안에 있는 다른 것,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이었어.”

우리는 서로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대고 천천히 말했다. 자신의 시스템을 스캔하고 있었다.

“누가 이걸 보고 평범한 대화라고 하겠어? 그걸 부르는 이름이 있니?”

“제가 자란 곳에서는 수잔 이펙트, 수잔 효과라고 불렀어요.” 27쪽


- “과일 샐러드는 항상 좌표 속에 있어. 바나나는 수평의 차원이야. 베이스, X축을 이루지. 바나나는 흙과 연관이 있어. 바나나는 태양의 과일들,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오렌지와 파인애플을 위해 크리미한 기초를 넓게 깔아줘. 오렌지와 파인애플은 Y축이야. 시트러스는 혀가 아릴 정도로 강한 신맛, 위로 올라가는 움직임이거든. Z축인 딸기는 여기에 공간성을 부여해. 12월인데도 딸기가 덴마크적인 맛을 내더라고. 딸기는 반대되는 열대 과일들이 대립하는 상황을 글로벌한 프로젝트로 확장시켜. 아카시아꿀과 생크림은 사차원을 담당하지. 생크림, 꿀 둘 다 동물성이야. 이건 과일 샐러드를 뉴턴의 심심한 삼차원에서 아인슈타인의 복합적인 시공간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 83-84쪽

“건포도는요?” 하랄이 물었다. “건포도는 씹히는 맛이지. 저항이야. 언젠가는 틀니를 하게 된다는 걸 상기시켜주잖아? 양로원과 죽 말이야.”84쪽



- “타인이에요. 사람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사는 건 바로 타인이에요.” 45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