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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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 



네모들이 어깨를 겯고 선 오래된 공책에

뭉툭한 연필로 노래를 흘립니다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강물 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강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볕을 공책에 담아

보이지 않는 가슴의 문을 열고 쏟아붓습니다


햇볕이 부족한 곳에서 발병한다는 흑색종암

20년 20일 동안 그것은 숙주 속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노래를 부르며 

죽지 않고 감옥을 견뎌냈을 것입니다


사형이 무기형으로

독재가 민주로

군부가 문민으로

자유가 신자유로 변하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았던 양심,

두글자는 영원히 가슴 속에서 

죽지 않고 죽은 듯

죽어서도 

모두의 가슴으로

모두의 발끝으로

가장 먼 여행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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