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턱 J.H Classic 10
오현정 지음 / 지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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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정 시집, 몽상가의 턱, 지혜

 


한 편의 호흡들이 긴 시집이다. 여행을 통해 구체성이 살아있는 시어들을 전편에 고루 배치하고 있다. 사물을 집요하게 바라보려는 노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결과물이다.

 

‘턱’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동음이의어를 발랄하게 사용하며 변주해나가는 표제작「몽상가의 턱」은 말놀이를 넘어서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의외로 내가 좋았던 시들은 여백이 많은 시였는데 첫 시인「오늘」물구나무서기를 형상화 한 「하늘치기」, 콩의 입장에서 진술하는 「시루 속의 검은 콩」등이었다.

 

 

- 오늘 12쪽

 

지금이 가장 좋은 때

 

첫 해산 후 숲길 걷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

 

이제까지의 부끄러움 다 가려주는/ 활엽수가 친구하자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

 

오후의 햇살이 남은 꿈을 찾아드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

 

나는 어리석었지만 고통의 詩를 빚는 행복한 시간

 

먼 길 돌아 다시 출발점에 서있는/ 지금 여기 그대 함께라면

 

오늘이 내 가장 좋은 때

 

 

- 하늘치기 54-55쪽 부분

 

피가 거꾸로 쏟아질 것만 같은 날/ 나는 물구나무서기로 머리를 식힌다 (중략)

 

어깨넓이로 벌린 팔꿈치에 힘을 주고 누른다/ 뻗은 두 다리를 곧게 하늘 향해 차오르면/ 꺾인 발끝은 다시 나를 보며 중심 잡는다 (중략)

 

- 몽상가의 턱 57-58쪽 부분

 

잠 없는 몽상가들은 얼굴 중앙에서 아래쪽까지/ 이어지는 부분에 손을 괴고/ 오늘밤도 그럴 턱이 있나/ 주억거리던 생각을 발음하다 턱이 빠질 때쯤/ 한 턱 낼 일, 터트리지

 

김수영의 거침없는 기개의 턱은 풀을 일으키고/ 아고리의 섹시한 턱은 불멸의 그림을/ (중략)

 

레드카펫의 문턱에는 몽상가의 삶이 턱을 괴고 사유중이지/ 버릇과 인상을 턱이 빠져라 하초에 힘을 주고 씹을수록 열리지 않는 궁/ 꿈꾸는 자의 턱살을 만지려 훗날의 맥을 짚었지/ 기둥을 세우려 동시교정에 들어간 문리의 턱뼈/ 턱tuck잡힌 날렵한 턱시도 언제 입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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