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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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임현의 「고두」, 최은미의 「눈으로 만든 사람」, 김금희의 「문상」을 읽고 책을 책장에 넣어 두었다가 얼마 전에 다시 꺼내 뒤쪽에 실린 네 편을 읽었다. 그래서인지 뒤쪽에 실린 작품들이 나에겐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강화길의 「호수-다른사람」은 여성이 느끼는 폭력에 대해 남성인 내가 읽어도 섬뜩하고 박진감 있게 서사를 밀고 나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를 감명 깊게 읽어서 그런지 최은영의 「그 여름」도 충분히 좋았다.


* 임현, 고두(叩頭)


- 고두: 공경하는 뜻으로 머리를 땅에 조아림


- 진정성이라든가 진심 같은 말을 나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걸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겠니? 진짜는 머리를 조아리는 각도, 무릎을 꿇는 자세에서 오는 것들 아니겠니? 너를 때리긴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다, 같은 건 없단다. 호소력 같은 것이 다 무엇이겠니. 그것은 형식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잘못을 했다면 더 오래 무릎을 꿇고 더 낮게 엎드리는 자세, 그게 가장 필요하단다. 15-16쪽




* 김금희, 문상



-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107쪽
- 사람은 죽어서도 삼 일간은 귀가 열려 있다는 희극 배우의 말

- “걱정이야. 마지막 장면에서 독창을 해야 하거든. 어디 이민이라도 가야지 싶다니까.” 115쪽

- “조용히 우는 사람”




* 백수린, 고요한 사건


- 그러니까 소금고개는 내가 그때까지 살아왔던 곳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가 이사하던 날,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눈을 떴을 때 우리의 구형 엘란트라는 굽이굽이 이어진 좁다란 비탈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 단층의 낡고 허름한 집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보였다. “엄마, 여기가 서울이야?” 내가 상상했던 서울의 모습과 달라도 너무 달랐으므로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차는 한참을 더 올라간 끝에 멈춰 섰다. 어머니가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나는 골목 안쪽, 청록색 대문의 집이 우리가 앞으로 살게 될 곳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때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3월 중순이었고, 유난히 맑은 날이었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칠이 벗어진 담벼락과 동그란 엉덩이를 내놓고 아무데나 주저앉는 아이들의 오줌 자국이 길바닥 여기저기에 말라가던 골목은 서글프리만큼 초라했다. 나는 안에 든 것이 깨질까봐 이삿짐 트럭에 싣는 대신 서울까지 직접 들고 온 종이상자를 끌어안은 채 부모님을 따라 조심조심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기분 탓인지 집안에 들어서자 하수구 냄새가 푹 끼쳤다. 131-132쪽



* 강화길, 「호수-다른사람」

작가노트) 아직 남은 사람

“물론, 다른 이야기도 있었다. 밤새 홀로 누워 있던 그녀의 몸이 얼마나 차가웠는지, 그녀가 흐릿하게 맴도는 의식을 어떻게 간신히 붙잡았는지, 어떻게 눈을 부릅뜨고 견뎠는지.”

나에게는 이 장면이 중요했다. 204쪽




● 천희란,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 은유란 선명하고 매혹적이지만, 때로는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미혹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이를테면 네가 망쳐온 그 화분들은 결코 네가 얻게 될 생명과는 등가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303쪽


- “절대로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가진 것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한 작가에게 쓰고 싶지 않은 것은 곧 쓸 수 없는 것일 테다. 비열한 글쓰기란 자신과 타인의 삶을 팔아 연명하는 것도, 핍진한 허구를 구성하지 못하는 것도,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굴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저 쓸 수 없는 것을 쓸 수 없는 것으로 남겨두는 것. 지금까지의 절망이 모두 허위였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303-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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