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물 배수아 컬렉션
배수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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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소설, 뱀과 물, 문학동네


1.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단편 소설인데 그들을 모아 놓은 한 권을 읽으니 꼭 장편소설 하나를 읽은 느낌이다. 주체(화자)와 대상, 주체와 주체 간의 혼동과 합일,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지는 듯 몽환적인 느낌, 반복되는 이미지들(눈(雪) 아이, 소녀)

언어 이전의 세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직관적인 무언가를 향해 몸이 기울어질 수 밖에 없는, 무엇에 홀린 듯 행동하는 인물과 상황이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다 읽자 마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싶은 생각이 든다.





* 노인 울라에서(Noin Ula)에서


- 남자는 다시 한 번 코를 훌쩍였다.
“흉노들은 기차나 자동차 대신 항상 말을 타고 달리는데, 절대로 말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거든. 믿기지 않긴 하지만 그들은 말 위에서 태어나. 말 위에서 활을 쏘고, 말 위에서 밥을 먹고, 그리고 죽을 때도 말 위에서 그냥 죽지. 주인이 죽으면 말은 그를 실은 채 그대로 흉노의 무덤에 함께 묻힌단다.” 126쪽




* 뱀과 물

- 이미 일어났다고 알려진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보다 신비롭다. 그것은 동시에 두 세계를 살기 때문이다. 어슴푸레한 빛 속에서 비순차적인 시간을 몽상하는 어떤 자의식이 있고, 우리는 그것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191쪽




* 기차가 내 위를 지나갈 때

- “놀랍게도, 우리의 경험이란, 사실 우리의 직관이 눈에 보이는 형체를 입고 나타나는 것에 불과합니다.”(잭)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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