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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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산문집, 너 없이 걸었다, 난다


1. 독일 시인(하이네, 트라클, 괴테 등)의 시 한편 각 장의 머리에 놓고 자신의 경험을 생각을 자유롭게 서술한 다음 그 시와 접목 시키는 형식의 문학에세이라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나온 첫 산문집《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이 ‘나’에 대한 에세이라면 이 산문집은 관찰자로서 ‘그들(사람, 문학작품)’을 향한 시선이 담겼다.

그가 사는 네덜란드에서 가까운 뮌스터에 대한 관찰자로서, 시인으로서, 학자로서, 생활인으로서의 충실한 내면보고서. 산책, 향수, 문학, 전쟁, 건축 등이 각 장을 채우고 있는.


* 메모

- 김밥은 잘 정돈된 혼돈을 뜻한다. 김밥에 말려진 재료들은 강, 바다, 들판에서 온 것들이다. 채소, 어묵, 햄, 그리고 간을 한 밥, 이 모든 것들은 소금에 섞이면서 호동을 갈무리하며 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므로 김밥은 소금이 몰고 오는 혼동이 자물린 차가운 시간을 뜻한다. 소금을 친 음식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운 시간 속, 소금은 그냥 널브러져 있다가 음식이 차가워지면 진면목을 드러낸다. 절여진 시간이 입안으로 들어올 때 얼마나 짜고 쓴지 우리는 알지만 그 유혹을 차마 떨치지 못한다. 삶의 짠맛을 보기 위해 우리는 기차역으로 간다. 기차 안에서 김밥을 먹으며 자주 목이 막히고 떠나오던 기차역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는 데도 말이다.


- 다른 이들이 파라다이스의 문을 통과해서 성당으로 들어갈 때 거지 여자는 문 앞에 앉아 손을 벌린다. 그녀는 성당 안에서보다 성당을 방문하고 나오는 문이 있는 성당의 바깥이 동냥을 하기에는 더 적합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하다. 성당을 드나드는 이들은 거지를 보는 순간 믿음의 집을 드나드는 이유를 발견한다. 마치 50센트를 내고 촛불을 켜며 개인적인 소망을 중얼거렸을 때처럼 사람들은 다시 지갑을 열고 그녀의 손에 1유로를 쥐여준다. 성당은 그래서 있는 것이다. 160쪽



목차)
프롤로그) 뮌스터, 당신이 모르는 어느 도시
1. 어느 우연의 도시 어느 우연의 시인
- 어느 우연의 도시로 어느 우연의 시인에게로
2. 기차역에서
- 떠날 권리와 돌아오지 않을 권리
3. 칠기 박물관 앞에서
- 언제나 이곳으로 돌아오기 위하여
4. 뮌스터의 푸른 반지
- 내가 너를 찾을 수만 있다면
5. 츠빙어(Zwinger)에서
- 잊음에 대항하기 위하여
6. 소금길(Salzsatrasse), 그리고 다른 길들
- 길 위에서의 그리움
7. 람베르티 성당 앞에서
- 멀고도 가까운 전쟁
8. 중앙시장과 옛 시청
- 잊히지 않을 시대의 빛들
9. 대성당과 그 주변
- 삶은 펀치처럼
10. 루드게리 거리와 쾨니히 거리에서
- 손과 손들
11. 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1
- 츠빙어에서 키펜케를 거리로
12. 뮌스터아 강을 따라서 걷기 2
- 위버바서 성당을 바라보며 아호수로
13. 아호수에서
- 사랑이라는 인공 호수
14. 쿠피어텔에서 프라우엔 거리로
- 마음의 시대
에필로그) 고독을 위한 지도 베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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