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04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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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남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문학과지성사




1. 목감기가 두 주가 지나도 낳지 않는다. 숨을 참으면 참을만 하지만 숨을 들이쉴 때마다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가 목구멍을 간질인다.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하고 만다. 기침이 단짝 콧물이 따라 흐른다. 이마가 뜨거워진다. 관자놀이가 지끈하다.



이럴 땐 온돌방에 들어가 아궁이에 뜨듯하게 불 지피고 몸 지지는 게 최고다. 불에 오랜 기간 그을린 돌에 아픈 어깨와 아픈 배와 아픈 마음을 대고 스스로 잠들었다가 두어 시간 뒤에 일어나면 말끔하게 젖은 몸이 마르지 않을까



‘너는 희구나’/ ‘너는 희구나’ 이런 이명이 들리는 것 같은 초가을에. 며칠 앓은 내가 걸어가는 뒷모습이 측은하다.




- 시인의 말) 일부

무너질 데라고는 나 자신뿐!
거길 깨고 나갈 밖에.
나갈 문도 없이 집을 짓는다. 그게 사랑이다. (그리고 능청이다. 삶 말이다.)



- 방을 깨다, 83-85쪽 부분

날이 맑다/ 어떤 맑음은/ 비참을 낳는다// 나의 비참은/ 방을 깨놓고 그 참담을 바라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광경이, 무엇인가에 비유되려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몰려온 것이다/




- 흰 꽃 86-87쪽

꽃 핀 배나무 아래// 나이 어린 돌들과 앉아// ‘너는 희구나’/‘너는 희구나’// 앉아// ‘너는 희구나’// 그렇게 희고/ 또 희고도/ 정신 놓지 않고/ 허튼 흰빛 하나 없이/ 다섯 살에 깨친 글자들처럼/ 발등에도, 발톱 위에도 놓아보는/ 흰 꽃,/ 흰 꽃




- 窓을 내면 敵이 나타난다 108-110쪽 부분

여자가 가고 동시에 敵이 나타났다/ 왜 나의 적은 이토록 매번 작은가?/ 붙잡을 수도 없이 작고 작은가? 同時에 또 하나의 적이 나타난다//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 싸움은 거룩한 것인가?/ 작고 작은 싸움, 좁쌀만 한 싸움/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 나의 정직은 서글프다/ 좁쌀만 한 정직/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 개는 짖고/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 원하던/ 確哲大悟는 까무라친다/ 싸우고 싶지 않아도/ 싸우지 않을 수 없을 때/ 깨우침은 오고 만다/ (후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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