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탄생하라 문학과지성 시인선 501
이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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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 문학과지성사


1. 2012년에 출간된 시집『불가능한 종이의 역사』에서 느꼈던 고독의 이미지가 반복된다. 「우리는 지구에서 고독하다」를 방에 혼자 앉아 스스로에게 들려주자. 외로움이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생기는 감정이라면 고독은 자신과의 불화로부터 시작되는 감정이다. ‘고독하다’가 반복되는 그 시를 읽으면 슬프면서도 위로가 된다.




저번 시집이 ‘고독’의 ‘상태’에 중점을 두었다면, 이번 시집은 ‘고독’의 ‘극복’을 위한 애씀이라 정의하고 싶다. 극복의 수단은 ‘사랑’이다.


‘사이는 사랑이다. 채워도 채워도 비어 있는 것,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것이 사랑이다. 채우지 않으면 비어 있는 곳도 없으니, 주지 않으면 모자라는 것도 없으니 채우기 시작하면 비로소 탄생하는 공간. 주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결핍되기 시작하는 시간. 사랑. 사랑은 나를 사라지게 한다. 사랑은 내가 사라질 때만 지속된다. 당신의 손이 먼저이고 당신의 안색이 먼저이고 나는 점점 사라진다.’ (이원 산문집, 《산책 안에 담은 것들 24쪽》




사랑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붓는 양보다 빠지는 양이 훨씬 많아 결코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상처를 받는 일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




이 시집을 다 읽고 하나의 이미지를 그려 보았다. 해변에 있는 하얀 벽돌로 된 별장의 테라스에서, 하얀 의자를 바다 쪽으로 놓고, 두 손을 모으고 노을이 지는 하늘의 저 멀리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여인의 모습.


* 메모


- 사람은 탄생하라 133-136쪽 부분

우리의 심장을 풀어/ 발이 없는 새/ 멈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던// 하나의 돌은// 바닥까지 내려온 허공이 되어 있다/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아도 된다// (중략)// 사람은 절망하라// 사람은 탄생하라/ 사랑은 탄생하라// 우리의 심장을 풀어 다시/ 우리의 심장/ 모두 다른 박동이 모여/ 하나의 심장/ 모두의 숨으로 만드는/ 단 하나의 심장// 우리의 심장을 풀면/ 심장뿐인 새


* 사람은 절망하라/ 사람은 탄생하라: 이상, 「언에 관한 각서 2」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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