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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앨리스 ㅣ 민음의 시 237
신현림 지음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1. 송경동 시인의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2016)이 광장과 크레인에서의 부르짖음이라면, 신현림 시인의 『반지하 앨리스』는 제목처럼 빛이 잘 들지 않고 눅눅하고 축축한 반지하 단칸방에서의 읊조림이자 신음이다.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언어들(SNS, 광장, 촛불, 여야 같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시어들)이 많고, 실제 집회나 시위 연단에서 구호로 읽혀도 충분할 정도로 강한 어조의 시도 꽤 많다.
하지만 나는 시의 무게 중심은 반지하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소리치고 울어도 그 외침이나 울음은 반지하 계단을 올라와 지상이나 하늘까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 메아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외치고 울어야 한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토끼 굴에 빠져든 백 년 전의 앨리스와/ 돈에 쫓겨 반지하로 꺼져 든 앨리스들과 만났다// 생의 반이 다 묻힌 반지하 인생의 나는/ 생의 반을 꽃피우는 이들을 만나 목련 차를 마셨다// 서로 마음에 등불을 켜 갔다
눈보라를 설탕이라고 쓰자 달콤해지기 시작했다/ 힘들다 씀으로써 나는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다/ 빛이 보인다고 씀으로써 빛이 느껴졌다/
내 몸이 집이 될래 무덤이 될래// 집이 무덤 속이야 매일 자고 싶거든/ 벌꿀 같은 잠은 쏟아지는데,/ 내 혼은 온 동네 돌아다니는 밤 고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