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다 - 조심하지 않는 바람에 마음이 온통 시로 얼룩졌다
진은영 지음, 손엔 사진 / 예담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진은영, 시(詩)시(時)하다(진은영의 시가 필요한 시간), 예담


1. 친숙한 시인들의 시도 많지만 우리나라에 별로 소개되지 않은 외국 시인들의 시들도 많다. 번역의 문제와 역사와 문화의 차이로 본연의 감성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친절한 해설이 있어 다행이다. 사실 해설이라기보다는 또 하나의 짧은 시적 산문이다. 시를 왜 쓰고 읽는가. 시는 시시하기 때문이다. 어눌하고 하찮고 즉각적인 결과물을 안겨 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時)에 맞춰 찾아온 친구는 누추한 옷차림과 상한 얼굴에도 반갑지 않은가. 시와 음악을 사랑했던 공자의 말씀을 빌리지 않고도 시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



* 메모


- 이문재, 사막, 62쪽 전문

사막에/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사막에는/ 모래보다/ 모래와 모래 사이가 더 많다// 모래와 모래 사이에/ 사이가 더 많아서/ 모래는 사막에 사는 것이다// 오래된 일이다.




- 세사르 바예호,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195-196쪽 부분

집을 짓는다고 그 집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집에 사람이 살 때에야 비로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집이란, 무덤처럼,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지. 이것이 바로 집과 무덤이 너무너무 똑같은 점이지. 단, 집은 인간의 삶으로 영양을 취하는 데 반해서, 무덤은 인간의 죽음으로 영양을 취한다는 게 다른 거다. 그래서, 집이 서 있고, 무덤은 누워 있는 법. // (후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