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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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소설, 김승욱 옮김, 스토너, 알에이치코리아



1. 1891년생 윌리엄 스토너의 일대기 소설. 미주리주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종신 교수가 되어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결혼생활과 교수생활이라는 두 레일 위를 달리는 스토너의 삶은 고속전철보다 완행열차에 가깝다. 좌석에 편안히 기대어 차창 풍경을 바라보며 “욕망과 공부”의 욕구를 충족했던 ‘캐서린 드리스콜’과의 연애는 짧았다. 결혼생활의 실패와 딸과 멀어지는 과정, 연인과의 외부적 요인에 의한 갑작스런 이별, 학과 교수와의 불화 등 외면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의 삶은 도드라지지 않아서 특별했고, 학자로서의 열정은 죽음의 순간까지 식지 않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약간의 죄의식도 엿보이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했다. 혁명이 반드시 광장에서 완성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그는 뒤란에서 가장으로, 아버지로, 교수로서 최선을 다해 살았다. 그래서 위대하다. 잔잔한 감동.


* 메모


- “우리 셋이 함께 있을 때 그 친구(데이브 매스터스)가 뭐라고 했냐면······ 대학이 소외된 자, 불구가 된 자들이 세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피난처라는 얘기를 했어. 하지만 그건 워커 같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지. 데이브라면 워커를······ 세상으로 보았을 걸세. 그러니까 그 친구를 허락할 수가 없어. 만약 우리가 허락한다면, 우리도 세상과 똑같이 비현실적이고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은 그 친구를 허락하지 않는 것뿐일세.” 235쪽


- 그는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남들 눈에 틀림없이 실패작으로 보일 자신의 삶을 관조했다. 그는 우정을 원했다. 자신을 인류의 일원으로 붙잡아줄 친밀한 우정. 그에게는 두 친구가 있었지만 한 명은 그 존재가 알려지기도 전에 무의미한 죽음을 맞았고, 다른 한 명은 이제 저 멀리 산 자들의 세상으로 물러나서·······. 그는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도 결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된 열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열정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열정이 죽어버렸다. 그는 사랑을 원했으며, 실제로 사랑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을 포기하고, 가능성이라는 혼돈 속으로 보내버렸다. 캐서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캐서린.”
그는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지만, 거의 평생 동안 무심한 교사였음을 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온전한 순수성, 성실성을 꿈꿨다. 하지만 타협하는 방법을 찾아냈으며, 몰려드는 시시한 일들에 정신을 빼앗겼다. 그는 지혜를 생각했지만, 오랜 세월의 끝에서 발견한 것은 무지였다. 387-3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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