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극장 - 사진의 순간들, 기억의 단편들
김은산.이갑철 지음 / 아트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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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산 글, 이갑철 사진, 기억극장, 아트북스




1. 글쓴이는 사진작가 이갑철의 1980년대에 찍은 사진들에 주목했다. 1986년부터 1988년까지의 사진들이 많다. 이 시기는 1998년부터 2000년, 2014년부터 2017년처럼 우리 사회의 웅덩이다.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외환위기와 밀레니엄, 세월호 사건의 대통령 탄핵 이후 새정부 출범까지. 너비와 깊이는 다르지만, 길을 걷다가 웅덩이에 발이 빠져 바짓가랑이가 젖었을 때의 당혹감은 똑같다.



나의 1980년대에 대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아직 열 살도 안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라 기억은 단편적이다. 저자가 에필로그에 밝혔듯, 이 책은 그 시기에 유년기를 보낸 자식들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저자나 나의 아버지의 희망, 좌절, 격변기의 당혹감, 꿈이 담긴 에세이이자 아버지를 대신해 자식이 몰아 쓴 일기다.




* 메모



- 우리 각자에게는 돌아보지 않은 오래된 집이 있다. 역사, 무의식, 오랜 상처 고통의 기억,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도 상관없다. 다만 폐허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 위에 한 켜를 더 얹지 않기 위해 이제 오래된 집으로 돌아간다. 우리 안에서 이미 죽어버린 꿈들을 애도하고, 다시 살려내야 할 무언가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이 마치 좀비처럼 죽어도 죽지 않고,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헛된 꿈을 떨쳐내기 위하여. 이미 죽어버린 것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떠도는 죽음에 제대로 된 무덤을 선사하기 위하여.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래된 집의 문을 열고 한 번도 마주하지 않았던 어두움을 응시하려 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과거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25-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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