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창비시선 399
이병일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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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일 시집, 아흔아홉개의 빛을 가진, 창비

 

 

1. 제목처럼 시집에는 참 많은 빛이 담겨 있는데, 빛의 색은 하얀 색이 많다. 흰색은 맑고 밝다는 인식 외에도 몽환적이고 모호한 느낌도 있다. 시인은 빛 자체보다는 빛이 비추는 다양한 생명에 주목을 한다. 꽃나무, 동물(뱀이 단연 많고, 멧돼지, 기린, 산양, 개 등)이 자주 등장하고 식물성과 동물성의 혼합(식물의 동물화, 동물의 식물화)을 시도한 시들이 많다. 수사법으로는 ‘AB’ 형태의 환유를 많이 쓴다.

 

 

- 시인의 말: ‘나의 시는 흙이 가진 빛이다.’

 

* 메모

 

- 꽃피는 능구렁이, 80-81쪽 부분

 

화살나무숲이 제 안의 과녁으로 어스름을 들일 때였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된 능구렁이 배 속에서/ 나는 불꽃 튀기는 침묵의 두꺼비였네/ (후략)

 

- 산양의 유산 88-89

 

내가 잃어버린 침구는/ 희고 아름다운 불면증을 가진 자작나무숲인데// 중략// 흰 빛을 좋아하는 것들은 꼭 겨울밤에 죽었지만/ 사실 나는 흰 빛이 눈 속에 가득 차서/ 숲의 불면증 속으로 들어가보지 못했다

 

- 무릎이 빚은 둥근 각 96-97쪽 부분

 

나는 무용수의 세워진 발끝보다/ 십자가 앞에서 기도할 때의/ 여자의 무릎이 빚는 둥근 각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무릎부터 시작된 기도의 자세,/ 여자의 무릎은 점점 더 둥그렇게 휘며/ 정신은 수직에 가까워진다// 예배당 열친 창의 커튼이 휘날리는데도/ 방석과 여자의 무릎 사이는 점점 깊어진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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