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안희연 지음 / 서랍의날씨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안희연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 날씨



1. 안희연 시인의 여행 산문집. 인도,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칼, 체코, 이탈리아, 캐나다 등을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과 여행을 통한 잔상과 꺠달음을 잔잔하게 품은 성장기.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쏙 들어오고 표지는 라벤더 향 핸드크림에 촉촉한 손등을 만졌을 때 느낌. 최대 장점은 사진과 글이 환상적인 매칭. 아마도 저자는 오랜기간 찍었던 사진을 고르고 고르며, 당시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메모를 정리하며 이 글들을 썼을 것 같다. 그녀의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읽은 독자라면 중간 중간에 나오는 「페와」, 「나의 작은 베르나라두 소아레스 씨」같은 시의 탄생배경과 정서를 만났을 때 반가울 것이다.



그녀에게 여행은 곧 시를 쓰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본심이나 최종심에서 계속 낙방하던 자신을 다독이고 또 시를 쓸 수 있도록 힘을 얻는 여행이 가장 큰 목적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누구나 한 번쯤은 시험에서 낙방하고 승진에서 탈락하고 테두리에 들지 못하고 배제된 느낌일 때 여행을 떠나지 않는가.




사오년 전 처음으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체코와 독일의 국경마을에서 하루를 묵었다. 새벽에 무작정 숙소에서 나와 호숫가를 두어 시간 쯤 걸으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다. 낚시하는 사람에게 괜히 체코어로 인사도 건네 보고 이것저것 물어보았었다. 치여 사느라 못했었던 말들이 내 안에 참 많이 쌓여 있었구나. 짧은 여행이었지만 많이 버리고 접어두고 새겨둔 여행의 기억은 지금도 나에게 많은 힘이 된다. 이 책에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이유도 내가 겪은 고민과 저자의 고민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 메모


- 기차가 출발한 뒤에도 그녀는 한참을 울었다. 부서질 것 같은 그녀의 어꺠를 바라보면서 나는, 모든 창문은 이별을 이해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배웠다. 모두가 이렇게 흘러갈 뿐이다. 기차는 무더운 여름을 향해 나아갔고, 한 번 지나간 풍경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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