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한창훈, 내 술상 위의 자산어보, 문학동네




1. 깊은 내륙에서만 자라던 아이가 처음 바다를 보았을 때 열대지방에서만 살던 아이가 처음 눈(雪)을 보았을 때 바다와 눈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만약 내가 우주비행선을 타고 하루에 수십 번씩 태양이 뜨고 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구를 바라보았을 때 그 지구는 내 눈에 어떤 모습일까.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필요하다


바닷가에서 멀지 않은 횟집 의자에 앉아 수선화를 바라보다가 바다를 바라본다. 해발 1미터 바닷가 ‘횟집’을 ‘흰 집’으로 오독해 여기에 앉아 있다. 물이 많다 바람을 타고 물비린내가 난다 짠내가 난다. 바다도 땀을 흘린다. 옆구리에 타이어를 달고 흩어진 친척들을 찾아다니는 작은 배, 해변에서 훌러덩 벗고 모래사장을 뛰어다니는 벌거숭이들. 인조잔디나 밟고 조피볼락, 은갈치는 책에서나 보고, 기상예보 방송에 날씨보다 캐스터의 외모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그래도 닻을 끌어올리고 오늘의 돛을 펼친다 시간의 포획으로부터 도망치는 날치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갯바위뿐이라고 그랬던가.




2. 소설가 한창훈의 에세이. ‘푸른 물방울 행성’에 겪은 그의 자전적 얘기가 많다. 특히 첫 번째 이야기 ‘죽음과 마주하여 소주 한 사발(거문도 팔경호 이야기)’에서부터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1959년 추석을 이틀 앞둔 날로부터 태풍 사하라에서 살아돌아온 팔경호 이야기는 소설 같다. 또한 그의 의뭉스러운 입담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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