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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ㅣ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평점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걷기예찬,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태양보다 빨리 일어난 회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아침 공기보다 가벼운 요구르트 하나씩 받아들고 스터디를 준비한다. 회원들은 이 모임에 ‘생활스터디’라는 이름을 붙였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도심의 산티아고 데 콤포 스텔라를 향해 침묵의 순례길을 나선다. 몸에 칭칭 감긴 군더더기를 뜯어내고 샌들의 밑창을 확인한다. 발은 신발에 익숙해지고 신발도 발에 익숙해진다 산책과는 먼, 빼곡하게 적힌 단어들을 중얼거리며 행진.
머무름과 떠남이 팽팽히 당기는 긴장,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그곳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겁이 난다. 걸친 것을 모두 벗고 헐벗고 굶주린 자가 되어 지면과의 섹스를 천천히 오래 즐긴다. 지팡이에 쪽박을 차고 걸어도 귀동냥으로 뼈가 튼튼해지고 새로운 근육이 돋는다. 하루에 삼십 킬로미터 씩 그렇게 수일을 걷는다.
달빛 없는 밤이면 어둠 속의 달빛을 향해 축축한 날개를 펼친다. 불타는 하늘의 동심원을 향해 몸을 날리는 광대처럼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순간, 걷기는 생활로 거듭날 것이다.
2. 책의 목차는 보자.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 걷는 맛 2) 지평을 걷는 사람들 3)도시에서 걷기 4)걷기의 정신성
1부는 이 책의 총론에 해당되는데 시적인 은유와 환유로 가득 찬 산문이다. 2)3)4)는 탐험가, 도시인의 걷기와 걷기가 유용함에 대한 각론에 해당한다.
- 우리들의 발에는 뿌리가 없다. 발은 움직이라고 생긴 것이다. 15
- 사실 걷는 사람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에다가 거처를 정한다. 저녁에 멈추는 발걸음, 밤의 휴식, 그리고 식사는 매일같이 새롭게 달라지는 거처를 체험적 시간 속에 새겨놓는다. 걷는 사람은 시간을 제 것으로 장악하므로 시간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