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은영 소설집, 쇼코의 미소, 문학동네



1. 《쇼코의 미소》를 이제야(?) 읽었다. 2016년 7월에 출간된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신간이지만, 독자들 사이에선 워낙 유명한 책이다. 해설에서 언급한 ‘순하고 맑은 서사의 힘’ ‘정서적 공감을 통한 유대’ ‘손녀-조모의 관계, 가부장적 남성성의 부재’ 에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그보다 소설집에 밑바탕에 있는 비판정신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6.25전쟁’은 한반도의 한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것처럼 ‘베트남 전쟁’은 가까웠던 ‘응웬 아줌마’와 ‘엄마’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씬짜오 씬짜오〉) 전쟁 자체의 비극성과 그것이 불러온 개인적 차원의 상처를 국가에 속한 개인이 감당하고 치유해 나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치유 불가능함에도, 그래도 기억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에서 순애의 남편이 ‘인혁당 사건’에 연류되어 사형은 면하지만 다른 피고인들은 사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다음 날 새벽에 집행당했다. (인혁당 사건, 1975년 4월 8일. 대법원(재판장 민복기)은 서도원, 김용원, 이수병, 이홍선, 송상진, 여정남, 하재완, 도예종 등 대학생이 아닌 인혁당 관련 피고인 여덟 명의 항소기각 사형확정. 다음 날 새벽 집행,국제 법학자 협회는 이 날을 ‘국제 사법사상 암흑의 날’이라 칭함(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 215쪽))


〈미카엘라〉에서는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25년 뒤 2014년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기념 시복미사(2014년 8월 16일)과 세월호 사건이 서사의 축이다. 2014년 7월 말, 8월 초 수안보 쪽으로 휴가를 갔었다. 숙소 근처에 있었던 성당에 내걸린 프란체스코 교황 방한 환영 현수막, 무척 더웠던 기억과 세차게 내린 소나기, 그때 먹었던 꿩고기 등 개인적인 추억이 먼저 생각났고 책에도 나오지만 교황 방한 때 유민 아빠와의 만남을 떠올렸다.


모든 작가가 현실의 문제를 작품의 소재나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1984년생인 작가는 직접 체험한 세월호 사건과 프란체스코 교황방한의 기억을 소환한 것 뿐 아니라, 베트남 전쟁과 인혁당 사건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여 그 비극이 인물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서사를 풀어나갔다. 이 소설집에 실린 모든 작품이 현실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어떻게든 작품에 녹아들게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독법이 지엽적이고 주관적일 수도 있겠지만 조금은 이 소설집을 다르게 바라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짧은 감상을 적었다.




2. 메모


〈쇼코의 미소〉



“나는 쇼코가 조금 미워져서 나도 네가 보고 싶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그리웠었다는 그 말에 눈물이 났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24쪽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자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두를 잃고 나서도 더 잃을 것이 남아 있던 이모의 모습을. 엄마는 사랑했다.” 100쪽




〈한지와 영주〉


“천국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영혼의 상태라는 결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죽음 뒤의 삶이 영원하다면, 영원에 비하면 찰나에 불과한 지금의 삶은 왜 존재하는 거지? 천국은 이런 삶에 대한 보상이라는 거야?” “이런 삶?” 카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141쪽


-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그 말이 무서웠다.

- 나는 그 텅 빈 어둠 속에서 ‘한때 지구는 이렇게 쓸쓸한 곳이었구나’라고 생각한다. 지구는 그저 융기하고 침식하며, 열심히 퇴적하고 있었구나. 참 열심히, 쓸쓸히도. 1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