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의 과학공부 - 철학하는 과학자, 시를 품은 물리학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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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하는 과학자 김상욱의 과학공부, 동아시아, 2016




1. 결론부터 얘기하면, 과학교양서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현대 물리학의 두 축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비전공자인 일반 독자가 읽어도 이해에 무리가 없다. 독자의 의문을 선제적으로 던지면서 인내심을 갖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특히 내 몸이 둘로 쪼개지지 않고도 여기와 거기 동시에 존재할 수 있고, 삶과 죽음이 양립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등 경험적으로 아는 세계와 딴판인 양자역학에 대한 부분이 가장 재미있었다(‘양자 중첩’과 ‘관측이 대상에 영향을 준다.’는 명제는 충격적이다). 제3장(나는 과학자다)의 여러 챕터를 읽으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책의 편집에 있어서, 제1장(과학으로 낯설게 하기)에서 일상의 소재나 사건을 물리학적으로 해석해여 흥미를 돋우고, 마지막 제4장(물리의 인문학)에서 ‘자유의지’와 우주의 결정론/비결정론의 설명까지 연결시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2. 메모


- 달은 지구로, 지구는 태양으로, 태양은 은하중심으로 낙하 중이고, 그 효과들은 모두 중력과 상쇄되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상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 인간은 낙하하지 않기 때문에 중력을 느낀다. 90쪽



- 달도 사과처럼 추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달은 단지 추락하는 방향과 직각으로 즉 수평 방향으로 속도가 있어서 추락하는 동시에 수평 방향으로 움직인다. 지구가 편평했다면 투수가 던진공처럼 결국 달은 땅바닥에 떨어졌을 거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다. 달이 낙하하면서 동시에 수평으로 이동한 정도가 지구의 곡률과 정확히 일치하여 계속 추락하면서도 땅에 닿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주인공은 사과가 아니라 달인 셈이다. 148-149쪽



- 부재의 실재, 153쪽-154쪽 중에서

이 세상이 무언가로 빈틈없이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주위는 공기로 가득하다. 그래서 우리는 공기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공기가 없는 곳에 가면 바로 공기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는 물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물속에 생긴 거품을 보면 거품이라는 존재가 생겨났다고 생각한다. 거품 안에는 공기가 있지만, 공기 자체는 원래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거품 속 공기와 물의 경계, 즉 물의 부재다. 물의 부재로 만들어진 거품은 이제 그 자체로 존재가 되어 마치 실재인 듯 물속을 움직이고 다닌다.




- 부재는 그 자체로 실체이다. 어둠이란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빛이 부재한 것이다. 불의(不義)는 말 그대로 단지 의(義)가 없는 것이다. 잘못된 일을 보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의가 없는 상태, 즉 불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겨난 ‘의의 부재’는 실체가 되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156쪽


- 이제 다시 칸딘스키로 돌아가자. 미술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거칠게 이야기해서 미술은 우리의 경험에서 얻은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좁게 생각하면 여기서의 경험이란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근본적으로 절대 볼 수 없는 것을 그린다면, 다른 사람이 그 그림을 보았을 때 이해할 수 있을까? 만약 칸딘스키가 여기저기 동시에 존재하는 원자를 그려야 했다면 과연 무엇을 그렸을까? 원자 수십 개를 여기저기 그리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일단 원자를 보면 원자는 한 장소에 있게 되기 때문이다. 237-238쪽


- 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무대가 무용수에 의해 변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양자역학은 관객이 무용수의 운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모두 고려하면 무대, 무용수, 관객이 모두 뗄 수 없이 하나로 묶인 유기체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복합체의 모습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물리학자도 알지 못한다. 아직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하는 이론이 없기 때문이다. 261쪽



- 확률이 작을수록 당연하지 않은 사건(예: 점쟁이가 당신은 내일 죽을 것이다)이고 그럴수록 정보의 양이 많다. 정보량과 확률은 반비례한다는 말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의된 정보의 척도를 ‘엔트로피’라고 부른다. 엔트로피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와 관련된다. 따라서 복잡성의 척도이기도 하다. 사귀는 사람이 한 명인 사람보다 여럿을 사귀는 사람이 복잡할 것은 자명하다. 바람둥이의 엔트로피가 크다는 말이다. 252쪽




- 양자 역학의 핵심 원리 첫 번째. 관측이 대상에 영향을 준다. 이를 설명하려면 또 하나의 핵심 원리인 양자 중첩(superposition)을 알아야 한다. 양자 중첩이란 공존할 수 없는 두 개의 성질을 동시에 갖는 것을 말한다. 죽어 있으면서 동시에 살아 있을 수 있다면 이것은 중첩이다. 좀 더 물리학적으로 말해서 당신이 한 순간 두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면 중첩이다. 몸을 둘로 나누라는 말이 아니다.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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