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경기문학 3
배수아 지음 / 테오리아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배수아,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테오리아, 2016



1. 단편소설 2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이하 ‘밀레나’)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험윤이《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읽게 되고, 지원금을 받기 위해 방문한 재단의 여비서와 다시 우연한 만남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영국식 뒷마당」은 집에서 유령 취급을 당하는 할머니의 배다른 여동생 ‘경희’와 열세 살 초등학생 화자 ‘나’가 잠깐의 만남과 대화를 하는 과정을 그린다.



‘밀레나’의 여비서나 ‘영국식 뒷마당’의 경희 모두 소외당한 존재라는 점을 유사하다. 여비서는 사회로부터 경희는 가족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배척된 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소외를 극복하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또한 ‘밀레나’는 3인칭 화자, ‘영국식 뒷마당’은 1인칭 화자가 서술자여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여비서가 고독하지만 두려움 없이 자기 길을 개척해나가는 영화감독 ‘험윤’에게 자기를 영화촬영에 데려가 달라고 메달리는 어둑한 밤의 도피자라면, 경희는 아무 것도 적혀 있지 않는 책을 보며 영국식 뒷마당이라는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소통의 틈을 찾는다. ‘경희’가 꿈꾸는 세계를 정신분열증을 앓는 허상의 세계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나는 현실에 주저앉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읽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뻔하고 평범해 보이는 진실을 다시 상기해 본다. 타인을 매개로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여비서의 요청을 험윤은 끝내 거절하지만, ‘경희’에게는 비록 어리지만 ‘나’가 다가가 그의 목소리를 들어준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람에 상처받고 상황에 좌절하여 절망에 갇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몇 번이나 같은 시험을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한 경험이 있다. 그때마다 숨고 싶고 나를 향한 위로의 말과 시선마저 상처로 느껴졌다. 하지만 또 그때마다 곁엔 내 말을 들어주고 손을 내미는 누군가가 있었다. 문을 열고 현관 밖으로 한 발만 내밀면 분명 나를 위한 길은 있다고 믿는다. 글과 말이 아니라 경험을 믿는다.

* 메모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무개성한 평범함, 여왕으로 추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무리 밖으로 쫒아낼 수도 없는 평범함의 힘” 39쪽



“경희는 아무것도 인쇄돼지 않은 페이지들을 읽고 있었다. 나는 마침내 영국식 뒷마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거야······. 그것이 내가 그녀에게서 알아들은 최초의 문장이었다.”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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