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하기 -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윤태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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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영, 대통령의 말하기(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설득과 소통의 법칙), 위즈덤하우스 2016



1.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를 봤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두 도시 이야기》이야기의 첫 단락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부산 지역구 국회의원, 부산시장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2016년 여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백무현 후보의 이야기. 부산과 여수, 백무현과 노무현, 1990년대와 2016년.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두 도시와 인물과 사회적 배경. 그때를 살았고 지금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기획비서관이자 제1 부속실장이었던 윤태영 씨가 쓴 ‘대통령의 말하기’를 읽었다. 같은 시절 청와대 참모였던 강원국 씨가 쓴 ‘대통령의 글쓰기’의 또 다른 버전처럼 느껴졌다. 요리사는 다르지만 요리의 주재료가 같기에 같은 맛과 같은 향이 나는 책이었다. 말하기든 글쓰기든 주제에 대한 깊은 사색 없이 양념만 많이 넣는다고 감동이 있는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되새겼다.



2. 같은 이름, 다른 도시 (박동민)

이름이 같은 푸른 도시에서
이름이 같은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이름이 같은 비를 맞으며 걸었던 기억이 있다

비에 젖은 책과
비는 피했지만 바람을 피하지 못하고 뒤집힌
치마의 주름만 남았다
한쪽 눈만 깜빡이는 형광등 아래

해독할 수 없는 너의
뭉개진 글자 같은 비밀의 페이지는 넘기고
다른 것을 틀리다고 생각했던 나의
빌미의 귀퉁이를 접어둔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가 뿌려진 곳
깊숙이 뿌리박힌 못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밤
접히지 않는 우산의 그늘에서 검푸른 버섯이 자라고 있다
이름만 같았던 한 사람이
이름만 같은 붉은 도시로 건너오고 있다




3. 메모

- 2001년 12월 ‘노무현이 만난 링컨 출판 기념회 연설 176쪽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습니다. 패가망신했습니다. (중략)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통치한다.’ 111쪽

- 비유가 사물을 비추는 조명이라면, 수사는 가치를 높이는 포장이다. 295쪽


- 하나의 연설문이 아니라 한 편의 시를 쓴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한 편의 시는 대체로 몇 개의 연으로 구성된다. 각 연의 시작이나 끝 부분에 핵심적인 문장을 동일하게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편에 걸쳐 일정한 운열과 리듬을 준다. 146쪽

- 토론에 이기는 것은 말재주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도록 처신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잘못한 것이 있으면 토론에 나가지 말아야지요. ‘잘못했다, 미안하게 됐다’ 하고 그 토론에 나갈 것도 없이 ‘내가 미안하다’ 하면 토론 안 할 수 있거든요 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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