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 직장인의 어깨를 다독인 51편의 시 배달
김기택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김기택 산문집 다시, 시로 숨쉬고 싶은 그대에게, 다산책방, 2016
#김기택 #다시시로숨쉬고싶은그대에게



1. 김기택 시인의 첫 산문집. 2010년 오월부터 일 년 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집배원으로서 배달한 시와 감상에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체험적 시론, 삶에 대한 여러 잡생각을 덧붙인 글. 봄·여름·가을·겨울 순 총 4부 구성이고 계절에 맞게 밝고 가벼운 시, 열정과 힘이 드러나는 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 추위에 맞서는 강한 정신력을 느끼게 하는 시가 담겨 있다. (12-13쪽)
장점은 저자가 선정한 시들이 너무 좋다는 점, 적당한 분량과 쉬운 해설, 시에 관한 얘기와 저자의 경험담의 적절한 조화. 단점? 없다!




2. 보름달 (박동민)

파도는 움켜 쥔 것들을 그 자리에 두고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불길(不吉)은 온몸을 던져 제국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대한제국을 떠나 격랑에 몸 실어야 했던 조상들처럼
까슬까슬한 고목(枯木)과 붙박인 폐선의 배웅을 받으며
앙다문 밀항선의 뱃머리가 벼르고 별러
다다른 거인들의 나라

낯선 생활이 벼랑으로 내몰아도
납작이 엎드려 기어이
깊숙이 닻을 내렸다
낯가림 심한 돌멩이는 몽돌이 되었다

썰물처럼 빠져 나갔던 기억의 실뿌리가
지구 반대편 고향으로 뻗어가는 가을 밤

호미하나 들고 밭으로 가던 어매의 얼굴을 닮은
몽글몽글 속노랑 보름달
주름진 달빛으로 모든 흉을 덮고
바람의 고자질과 파도의 트집에도 웃기만 한다




3. 메모

- 시에는 정직하게 말하되 교묘하게 비밀을 감춰주는 장치들이 있다. 217쪽
허구적 장치(남 얘기인 척), 감정이나 정서나 은밀한 이야기를 이미지나 비유 속에 감추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위장, 반어나 역설을 통해 시치미, 한 번에 다 말하지 않고 말 속에 감추어 놓은 풍부한 말들을 조금씩 끊임없이 흘려보내는 침묵과 여백




- 우리 동네 집들, 박형권, 44-45쪽 부분


(전략)
골목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한 집들은
활짝 열린 입술로
키스할까 말까 오랫동안 망설인다 문을 열고 사람이 나와
골목을 쓸면서
잘 잤어? 하는 것은
사람이 집의 혀이기 때문이다
집들이 하는 말 중에 가장 달콤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 불 끌까?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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