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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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변방을 찾아서, 돌베개



1. 고 신영복 선생님이 당신의 글씨가 걸린 장소를 찾아가서 ‘변방’과 글씨에 담긴 소회를 연재한 글을 묶은 책이다. 경향신문 연재는 8회로 마감되었는데 아마 건강상의 문제였던 것 같다. 책의 서문에서 각 장소들(해남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 박달재, 벽초 홍명희 문학비와 생가, 오대산 상원사, 전주 이세종 열사 추모비·김개남 장군 추모비, 서울특별시 시장실의 〈서울〉, 봉하마을 고 노무현 대통령 묘석)에 대한 간략한 감상이 잘 요약되어 있다.



2. 지구의 역사가 약 45억년이라 할 때 인간의 조상은 약 400만 년 전에 출현했다. 1년을 기준으로 하면 12월 31일 오후 5시에 나타난 것인데, 인간의 역사 자체가 곧 변방의 역사다. 직립보행으로 두 손의 자유를 얻고 불과 도구를 사용하고 문명의 이룩하면서 지구의 중심으로 걸어왔다. 미래에는 지구의 중심을 로봇에게 내어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최근 들어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피부에 와닿지 않게 너무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생각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로 축소해보자. 선생님의 말씀처럼 ‘변방’이 공간적 개념으로 한정되지는 않지만, 많은 국민들이 문화와 산업의 중심지인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중심’이나 그 근처에 살고자 욕망한다. 부동산, 교육, 직장 등의 이유로 구심력에 묶여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4대문 안, 산업화 이후의 강남이 빨아들이는 거대한 힘에 힘겨워 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심의 과밀화로 인한 폐해를 인식하고 한적한 시골로 귀농하거나 제주도나 심지어 타국으로 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젊은 층의 움직임이 반갑다. 중심의 구심력을 견디며 원심력을 잘 이용해 ‘변방의 창조성’을 일구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도 언젠가는’ 하는 다짐을 해보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방이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변방성, 변방 의식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26쪽”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장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변방이 창조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에 대한 열등의식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27쪽)”



신영복 선생님은 감옥이라는 변방에서도 미래를 내다보는 ‘담론’을 제시하셨듯, 나도 바로 지금 여기서 ‘변방의 중심’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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