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1. 저항권의 행동방식이 ‘작위’라면 ‘불복종’의 방식은 ‘부작위’다. 일제강점기와 독재시절 자주독립과 민주주의 가치회복을 위해 폭력적인 방법으로 저항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수많은 피와 땀으로 이룬 독립, 민주주의 국가에서 저항과 불복종의 대상은 외부가 아닌 국가내부의 자본권력과 이를 중심으로 뭉쳐진 거대한 세력으로 옮겨 가고 있다. 정의와 법적안정성,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국민으로서의 의무, 개인의 양심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 발생하는 충돌은 소로우가 살던 시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소로우는 멕시코 전쟁과 흑인 노예제도에 반대하며 인두세 납부거부를 이유로 구금되었었다. 비정규직 양산을 반대하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집시법 위반으로 연행된 노동자들, 극심한 종교 및 인종갈등으로 터전을 떠내 국경을 넘는 난민들이 있다.


 스피노자는 ‘내일 세계에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고 했다. 지상의 포식자들이 열매를 맺기 전에 과육을 파먹고, 바람에 흔들려 후루루 떨어지더라도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누군가의 뱃속을 통과한 사과씨는 새로운 사과나무로 성장할 것이고, 누군가는 땅에 떨어진 설익은 사과를 주워 허기를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 메모


- - 시민의 불복종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단체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나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인 단체는 양심을 가진 단체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21쪽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하기를 대중은 아직도 멀었다고 한다. 그러나 발전이 느린 진짜 이유는 그 소수마저도 다수의 대중보다 실질적으로 더 현명하거나 더 훌륭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처럼 선하게 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다. 그보다는 단 몇 사람이라도 ‘절대적으로 선한 사람’이 어디엔가 있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이 전체를 발효시킬 효모이기 때문이다. 28-89쪽



- 이와 같이 정부는 한 인간의 지성이나 양심을 상대하려는 의도는 결코 보이지 않고 오직 그의 육체, 그의 감각만을 상대하려고 한다. 정부는 뛰어난 지능이나 정직성으로 무장하지 않고 강력한 물리적 힘으로 무장하고 있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보도록 하자. 50-51쪽



-- 돼지 잡아들이기

돼지가 가는 길 앞에 담이 하나 있다. 그러나 그 담은 사람이 길을 막고 있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돼지 자신이 그쪽으로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 점에서 그는 사람보다 더 우월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79쪽

-- 가을의 빛깔들

10월은 채색된 잎의 달이다. 잎들이 화려하게 타오르면서 그 불빛이 온 세상을 비춘다. 과일과 잎사귀 들, 또 하루 자체마저도 저물기 직전에 보다 선명한 빛을 발한다. 저물어가는 한 해도 마찬가지다. 10월은 한 해의 저녁노을이며 11월은 그 이후의 땅거미라고 할 수 있으리라. 94-95쪽



-- 야생사과


솔로모은 "사과나무가 숲의 나무들 사이에 있듯 내 사랑하는 자는 아들들 사이에 있도다." 하고 말한다. 또 “포도주 병으로 내 목을 축이고 사과로 나를 위로하라.”고 하기도 한다. 사람의 가장 고귀한 부위에서 또 가장 고귀한 부분인 눈동자는 이 과일로부터 이름을 따서 ‘눈의 사과’라고 부른다. 149



- 너그러운 사과나무는 이제는 아무런 해를 끼칠 수 없게 된 소들로 하여금 자신의 그늘 밑에서 들어와 쉬도록 허용한다. 소들이 나무 밑동에 몸을 비벼대 껍질이 벗겨지더라도 그것을 허용할 수 있을 만큼 나무는 성장했다. 소들이 사과를 따먹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씨를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들은 자신이 쉴 그늘과 먹을 것을 스스로 마련한 격이 되며, 사과나무는 이를테면 모래시계를 뒤집어놓고는 또 한 번의 삶을 살게 된다.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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