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전명진 글.사진 / 북클라우드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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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전명진 여행에세이, 북클라우드, 2015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나폴리의 한 가게에 부랑자가 들어와 “Cafe sospeso, Per favore." 라고 말한다. 그리고 바리스타는 갓 내린 커피 한 잔을 내민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몇몇 까페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스펜디드 커피의 기원이다. 손님들은 평소 커피를 마실 때 미리 커피 값을 더 지불하고, 돈이 없는 사람들이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또한 누구나 부담 없이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카페들은 담합 아닌 담합을 했다. 테이블 자리에 앉지 않고, 바에 서서 먹는 커피의 가격은 이탈리아 전역 어디에서나 2유로를 넘지 않는다. 그들에게 커피는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개념이 아니다. 부랑자든 우주인이든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문화인 것이다. 83쪽

 

- 아직 서른, 총각입니다. 아 서른이에요? 허허 희한하네. 왜 그러시나요? 서른이라 하기에는 스무 살처럼 맑고, 또 마흔 살처럼 깊어 보여서요. 145쪽

 

- 사진에서 조리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얼마나 받아들일지 정해주는 장치이다. 조리개 값을 낮출수록 활짝 열려서 렌즈를 투과한 빛이 많이 들어와 필름에 맺히고, 심도가 옅어진다. 흔히 아웃포커스라 부르는 것. 156쪽

조리개 값이 낮은 경우 초점을 맞춘 대상 외에는 흐려지고, 조리개 값을 높이면 가까운 대상에서 멀리 있는 대상에까지 고루 초점이 맞는다. 일반적으로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아웃포커스를 많이 활용하지만 실제로 대상을 부각하는 데에 빛과 구도만을 이용하여 촬영하는 작가들이 많다.

 

- 저희와 가까운 탁현민 교수님이 〈여행수다〉에서 나와 한동안의 제주살이를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서쪽을 향해 가다 보면 애월읍에서 한림읍으로 넘어가는 길이 얼마나 멋진지를 설명해주셨지요. 평범한 도로를 달리다 어느 내리마을 벗어나 커브를 도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제주의 바다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겁니다. 재미있게도 제주를 자주 다녔던 저와 탁피디님은 함께 그곳을 지나가본 적이 없음에도 모두 똑같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그곳을 ‘감정변경선’이라고 부른다 했습니다. 2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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