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 공경희 옮김, 시공사, 1991

 

1. 아마도 책 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동명의 영화를 본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었다. 영화는 120여쪽의 중편 소설의 줄거리와 인물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고, 영화는 독서가 그려내는 이미지를 방해하지 않았다.

 

2. 1965년 늦은 여름, 아이오와 주 메디슨 카운티를 방문한 50대 사진작가와 군인을 따라 20대에 바다를 건넌 결혼한 이탈리아 여자의 나흘간의 사랑이 담긴 책이다. ‘불륜, 간통’은 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마지막 카우보이, 유성 꼬리 위에 탄 표범’같은 남자가 프란체스카의 심장 속에 꽁꽁 숨어있던 열정을 기어이 끄집어냈고, 그들은 스스로 재가 될 때까지 사랑하고 그와 그녀가 아닌 제3의 존재로 산화했다.

 

 

- 그가 마당에 들어서자 현관문 앞에 어떤 여자가 앉아 있었다. 그곳은 시원해 보였고, 여자는 그보다 훨씬 더 시원해 보이는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그녀가 현관에서 내려와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섰다. 킨케이드는 트럭에서 내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더 자세히 그녀를 보았다. 아름다웠다. 적어도 예전에는 아름다웠을 얼굴이었고,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예전부터 조금이라도 끌리는 여자를 만날 때면 늘 겪게 되는 다루기 힘든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32쪽

 

3. 나흘간의 사랑이 빚어낸 빛과 파동은 그와 그녀가 살다간 시간의 울림통 안에 퍼졌고, 그것들은 조금도 새어나가지 않은 채 상자에 보관되었다. 한정된 시간과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아는 그녀, 그녀안의 냉정이 열정을 이겼다. 지독한 책임감이 타오르는 에로스를 꺼뜨렸다.

 

- 목요일 오후

그래요, 이렇게 사는 것은 지겨워요. 내 인생 말이에요. 낭만도, 에로티시즘도, 촛불 밝힌 부엌에서 춤을 추는 것도,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의 멋진 감정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이 생활에는 당신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지독한 책임감이 있어요. 리처드에게, 아이들에게. 내가 그냥 떠나버리면, 내 육체적인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리처드에겐 너무나 힘들거에요. 그것만으로도 그를 파멸시킬지도 몰라요. 그보다도 더 나쁜 것은, 그가 여생을 이곳 사람들의 속닥거림 속에서 살아가야만 할 거라는 점이에요. 142쪽

 

4. 그들은 그녀의 말처럼 헤어졌기 때문에 영원히 같이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떠났기 때문에 사랑을 간직했다.

 

- 모순은 이런 점이야. 만일 로버트 킨케이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오랜 세월을 농촌에 머무를 수 있었을 것 같지가 않구나.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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