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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의 할 말은 합시다 - 정의가 부재한 사회에 던지는 통렬한 질문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4월
평점 :
노유진의 할말은 합시다,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 쉼, 2016
#노유진의할말은합시다
1. 예약구매자에 한해 친필 사인본을 준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팟캐스트 프로그램 '노유진의 정치까페'의 방송내용을 담은 전작 '생각해봤어'(웅진지식하우스)가 좋았고, 즐겨듣는 프로그램에 대한 확신 때문이기도 했다. 이 책 또한 2014년 부터 2016년 2월까지의 에피소드 가운데 뽑은 방송분의 녹취 내용을 담았다. 대부분을 팟캐스트로 들었었지만 인쇄된 글자로 다시 읽으니 놓쳤던 내용과 전체적인 흐름이 정리되는 효과가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오디오 북이라는 생각도 든다.
2. 정말 정치,사회,경제,문화 여러 분야들(특수활동비, 성완종리스트, 교과서 국정화, 화폐전쟁, 파시즘, 보육대란)을 다루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았던 에피소드는 2015년 9월 15일 분 '초등학생이 받은 채권추심 편지'였다.
법원의 업무영역은 크게 재판업무, 집행업무, 기타 민원업무로 나눌 수 있는데 집행업무는 다시 경매, (가)압류 업무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내가 은행에서 돈을 못 갚으면 은행이 나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판결을 받은 다음 판결에 기해 내 통장에 압류를 한다. 보통 시중에 있는 10여개 은행에 채무자 몰래 신청을 하기 때문에 채무자는 자기월급이나 돈을 입금할 수 있는 있어도 압류 후에는 출금할 수 없다.
2013년에 압류 파트 업무를 했었는데,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보통 압류 이후에 채무자에게 시한을 두고 통지를 해주기 때문에 채무자들의 항의전화가 대부분이다.
"내 통장인데 나한테 알려주지도 않고 내 돈을 못 빼? 여기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지원금 받는 통장인데 돈 인출못하면 굶어 죽어!!"
3. 사람들 중엔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당연한 거 아냐? 자꾸 회생이니 파산이니 시켜주니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는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다.
이런 경우가 있다. 아버지, 어머니가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남겨진 자식들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 절차를 하지 못해 미성년자들이 부모님의 빚을 떠안게 된다. 처음에는 소액이었다가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회수가 안되니까 대부회사에 떨이로 채권을 넘긴다. 압류 추심을 하는 신청인 채권자들의 절반 이상이 이런 회사다. 특히 집행사건에 전자소송이 도입된 뒤로 절차가 간이해진 측면도 있고 수십 군데 은행에 일단 압류를 해 놓는다. 소액이던 몇 년간 이자가 붙어 수 천만원으로 불어나 자식들의 목을 조른다.
책에도 한 초등학생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이 아이가 파산면책진술서에 '나는 어려서 나에게 오는 편지는 다 반가웠는데, 그게 알고 보니까 아버지 빚을 대신 갚으라는 편지였다'고" 208쪽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일단 빚을 반드시 갚아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반드시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이전 빚을 갚지 위해 다른 빚을 만듭니다. 갚을 수 있는 능력만큼 갚는 게 빚이고요, 내 능력을 초과해서 우리 삶을 위태롭게 한다 하실 때는 일단 연체를 하셔야 됩니다." 221쪽
"도덕교육에는요, 사실 '빚내지 마라'라 가장 우선이고요. 그리고 저는 능력이 안되는 사람에게 돈 빌려준 사람을 먼저 야단치는 것이 우리가 먼저 가져야 될 도덕적 잣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를 들어서 문제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사회시스템과 제도의 도입 주체가 기득권과 강자이므로 제도의 내용은 한 사람의 약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때 많은 은행들이 건 당 몇 만원씩 현금 주면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라고 독려했었다. 최근에는 부동산 경기가 부양이 안되니까 빚내서 집사라고 하거 전세가가 폭등하니 월세가 전 세계의 대세니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한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개인 빚이 늘어나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나고, 집 없이 2년에 한 번씩 이사를 가거나, 월급의 상당부분을 월세로 내야 하는 직장인들에게 '그러길래 누가 신용카드 발급받으라고 했어? 억울하면 집 사면 되잖아.'라고 한다면, 그게 나의 일이라면 순순히 수긍할까?
4. 이 책을 읽으면 투표하고 싶어지는 분들 많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