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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덕수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10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 이향우, 인문산책
그리고 변월룡
1. 조각가이자, 시민단체에서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는 이향우라는 분이 쓴 책이다. 덕수궁을 가기 전에 읽고 가면 좋은 책이다.
시청역 2번 출구를 나와 바로 덕수궁이 보인다. 전철역에서 지척이라 찾아가기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덕수궁은 원래 현재 서울광장으로 사용되는 부분을 포함해 훨씬 넓은 부지에 자리 잡았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과정에서 도로가 나고 건물이 지어지면서 점점 밀려났다. 1895년 을미사변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2월 11일 새벽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했고 2월 16일 경운궁(덕수궁의 원래 이름)를 수리하라고 명했다. 다분히 정치적 선택이었다. 1897년 경운궁으로 환궁하여 환구단(원구단)을 지었고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에 국호를 대한제국, 연호를 ‘광무’로 정하고 황제로 즉위했다.
입구인 대한문으로 들어가 물이 흐르지 않는 금천교를 건넜다. 중화문으로 향하는 양쪽에 왕벚나무 황매화 라일락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 중화문 앞에 섰다. 저정면에 중화전이 보였다. ‘中和’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성정’이라는 뜻으로 ‘중용’에서 유래했단다.(69쪽) 중화전의 문창살은 황색이다. 대한제국의 황제국을 상징하는 황제색이다. 반면 경복궁의 근정전과 창경국의 명정전의 문창살은 밝은 녹색이다.(81쪽) 중화전 안쪽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무쇠 물동이 ‘드므’라 놓여 있다.
중화전 오른쪽 뒤편의 석어당(昔御堂)으로 갔다. ‘임금이 머물렀던 집’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환도 후에 머물렀던 곳이다. 석어당 마당에 살구나무에 막 새순이 돋아난다. ‘우선 살구보자’해서 살구나무라는 썰렁한 농담도 있지만 한방에서는 살구씨가 만병통치약이란다. 내부는 막아놓아서 밖에서 볼 수 밖에 없었다. 정면에서 석어당의 우측편을 돌아 오른쪽에 있는 ‘정관헌’으로 갔다. 고종과 대신들, 외국사절들이 커피를 마시던 응접 테이블에 앉았다. 커피를 즐겼던 고종을 독살하기 위해 누군가가 몰래 독약을 탔지만 실패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매일 커피를 타고 건네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석조전으로 가기 위해 정관헌에서 나와 석어당 뒤편의 산책로로 걸었다. 석조전 1,2층은 사전예약된 15여명만 관람가능해서 둘러볼 수 없었다. 대신 지하에 있는 대한제국역사관만 잠시 들렀다.
2. 사실 이번 덕수궁 방문은 궁내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하는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변월룡’을 보기 위해서였다. 러시아 연해주 작은 마을에서 1916년에 태어나 1990년에 사망한 현대 러시아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전시였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레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아시아 최초로 정교수가 되어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떠난 작가다. 러시아혁명과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체제가 지배하는 근대 러시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낸 ‘사회적 리얼리즘’의 화가답게 하루에 다 보기에는 벅찰 정도로 작품수가 많았고 직관적으로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아들이 그가 작업하던 작업실에서 작가로 작업하고 있었고, 강의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작업실에서 작품에 몰두했던 작가였기에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올거라고 한다. 판화, 초상화, 풍경화, 기타 체제선전적 작품까지 두루 섭렵하고 모두 빼어나게 해냈던 그는 분야를 가지지 않고 잘 그렸던 단원 김홍도를 떠올리게 한다.
봄날의 덕수궁의 정취와 좋은 그림과 함께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