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과 비움의 미학 - 장석주의 장자 읽기
장석주 지음 / 푸르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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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비움의 미학(장석주의 장자 읽기) 장석주, 푸르메, 2010
1#장자 #느림과비움의 미학




1. 진정 국면이긴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지금까지 제주공항은 아수라장이다. jtbc뉴스에 이메일을 보낸 한 시청자는 "6.25 전쟁을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여기는 전쟁의 상흔만 없을 뿐 전쟁터"라고 울부짖었다. 공항이 생긴 이래 천재지변으로 이처럼 대규모 결항사태를 겪어보지 못했다는 놀라움 뒤에는 과연 국가나 조직이 국민을,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회의감과 의심을 지울 수 없는 요즘이다.




- 작은 재주를 뽐내다가는, 213쪽, 서무귀(徐无鬼)

오나라 왕이 강을 타고 내려가다가 원숭이 산에 올라갔다. 많은 원숭이가 오나라 왕을 보고 무서워 달아나 깊은 숲에 숨었다. 그중 한 원숭이는 까불면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왕에게 재주를 자랑했다. 왕이 그 원숭이에게 활을 쏘았더니 원숭이는 그 화살을 재빠르게 잡았다. 왕이 시종들에게 서둘로 활을 쏘라고 명했다. 원숭이는 화살을 손에 쥔 채 죽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최초의 국가" "세계 최초로 우리 나라 과학자가 발명한..." "헐리우드 대작 에니메이션에도 한국사람이 주축" 등등
심심찮게 들려오는 뉴스제목들이다. 절대적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FTA 그물을 치고, 외국 유명한 과학잡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한류는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과연 우리가 가난에서 벗어났는가? FTA로 경제영토를 확장했다고 하는데 우리 국토를 빼앗기지 않고 있는가?
최초라는 수식에 붙들려 표절하고 양심을 파는 행위를 하지 않는가?
한류는 역풍을 맞고 혐한의 물결이 흐르는 곳은 없는가?
원숭이처럼 작은 재주만을 믿고 사리분별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2. 책의 얘기를 해보자.



이 책의 기본구성은 장자에 나오는 주요 구절을 인용하고 간단히 1페이지 정도 내용을 부연설명한다. 그 다음 저자의 생각이나 여러 고전의 글을 더하고, 마지막 한 문단 정도를 다시 처음 장자의 구절의 뜻을 새기는 방식이다.
문체가 현학적이고 한자어도 많고 비유가 많아서 솔직히 잘 읽히는 글은 아니다. 그래서 완독하는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중간의 저자의 설명을 다 읽어볼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장자의 내용파악에 충실하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챕터의 첫장과 마지막 장만 읽어나가도 충분할 것 같다.



3. 빈 배, 81쪽 산목

배로 강을 건너는데, 빈 배가 떠내려오다가 그 배에 부딪쳤다. 사공은 성질이 급한 사람이지만 그 배가 빈 것을 알고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데 떠내려온 배에 사람이 타고 있으면 당장 소리치며 비켜 가지 못하겠느냐고 했을 것이다. 한 번 소리쳐서 듣지 못하면 다시 소리치고 그래도 듣지 못하면 세 번째 소리치는데, 그때는 반드시 욕설이 따르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화를 내지 않다가 지금 와서 화를 내는 것은 처음에는 배가 비어 있었고, 지금은 배가 채워져 있는 까닭이다. 사람들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누가 능히 그를 해롭게 하겠는가?





공항은 항의하는 손님과 메뉴얼이 없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공항직원과 책임을 미루는 공항공사와 제주도 관련자들의 아우성과 한숨, 상호 비난의 공기로 가득차 있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없애지 않는 한 고쳐야 한다. 배를 비우고, 보복운전이 없는 무인차가 다니는 이상적인 도로를 닦는 일의 시작으로 '장자'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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