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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46
임선희 지음, 최복기 그림, 손영운 기획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주니어김영사
#존재와시간 #하이데거
1. 만화가 아니었다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을 엄두를 못냈을 것이다. 출간 당시 독일인들이 '존재와 시간'의 독일어 번역본이 언제 나오냐고 농담을 했을 정도라니까 학문적 난해함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화니까 만만하게 마음 먹고 일단 읽어 나갔다. '하이데거'느님이 만드신 철학용어로 가득찬 욕조에 살짝 발만 담그고 반신욕 한다는 기분으로 출발.
2. 우선 시 하나를 먼저 소개하고 싶다.
단천 마을 - 전문, 안상학, '그 사람은 돌아오고 나는 거기 없었네'(실천문학사) 110쪽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적벽을 마주한 이 마을에는 개를 전혀 키우지 않는다는데 그 까닭으로는 우선 개를 가져다 놓으면 어쩌다 한번 짖은 자기 목소리가 적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소리에 놀라 더 큰 소리로 짖고 그러면 그 소리는 더 큰 소리로 돌아와 결국 개는 밤새워 자기 목소리와 싸우다가 지쳐 사흘 밤을 못 넘기고 죽어 나자빠지기 때문이라는데 사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당최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면 죽은 개들이 웃을지도 모를 일인 것은 섣달이면 숫제 강이 쩡쩡 얼어 몸 트는 소리가 밤새 쩌엉쩌엉 울려도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잔다는 말씀.
: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 시에서 모항은 '개는 밤새워 자기 목소리와 싸우다가 지쳐 사흘 밤을 못 넘기고 죽어 나자빠지'는데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잔다'라는 부분이다. '자기 목소리'는 존재가 말하는 내면의 소리, 양심이다. 실존적인 삶을 살라고 이야기해 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자기 목소리와 싸우다 지쳐 죽어 나자빠진 개와 다를 것이 없지 않겠는가.
3. '타자'는 내가 아닌 너와 그들이 아니다. '타인'은 타인은 자신을 특별하게 구별하지 않고 그 속에 같이 속해 있는 사람들 가리킨다.(152쪽). 나를 포함한 그들이 함께 거기(Da)에 있음이 타인들의 존재방식이다. '세계-내-존재'로 현존재(인간)와 존재적 사실(벌,꽃,책상 같은 여러 사물)과 더불어 관계를 맺으며 산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관계망에서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실존'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세속적인 욕망의 틀에 같혀 있지 말고 내가 선택하고 판단해서 온전히 자기결정권을 누리는 삶이라는 것이라는 주제의식을 상기한 것만으로도 만화 '존재와 시간'은 '존재의미'가 있다.
4. 시간성이란 ‘있어 오면서(과거), 마주하면서(현재), 다가감(미래)이다.'(218쪽)
: 자신의 과거를 이어받아 미래를 계획하면서 그 가능성 아래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다르다. 죽음에 대한 '불안'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향하는 존재로서 주어진 시간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실존적인 삶'을 산다면 적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겠지. 공포와 불안은 다르니까.
너무 심각한 얘기만 한 것 같다.
책장사는 아니지만 어렵지 않게 하이데거의 사상에 접근하게 해 준 책이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