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닭장에 갇힌 닭들이 멀뚱멀뚱 밖을 응시하고 있다
먹고 싸고 자고 살이 찐다 살이 찌면 닭장 밖으로 나온다
밖에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장으로 간다
닭은 꼬끼오, 울지 않더라
닭은 살을 찌우라고 하도 닦달을 당해 그런지 '닥닥닥' 울더라
일 년에 수천 개씩 닭 튀기는 집이 생기고 열에 아홉은 망한다
튀겨진 닭은 닭장보다 더 좁은 종이 상자에 담겨
종이 상자보다 헐거운 닭장으로 배달된다
치킨은 더 이상 만만한 음식이 아니다
큰 마음을 먹고 만 오천원이 넘는 돈을 들여야 한다
튀겨진 닭이 왜 이렇게 작냐고 투덜거리면서
영계를 찾는 모순
영계는 이미 다 튀겨졌으니까 드물지
열 두명 중 열 번 째 아이, 날개가 있어도 오래 날 수 없는 짐승
모가지를 잡혀 방향감각을 잃어도 계속 뒤뚱뒤뚱 걸을 수 밖에 없는 존재
치킨 집에 네 명이 들어오더니 주인에게 네 명이라 닭다리 두 개만 더 추가요청
주인은 닭이 다리가 두 개인데 어떻게 네 개가 되냐
개 같은 인생보다 더 한 것이 닭 같은 인생
닭은 한 번도 안방을 구경한 적이 없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지만 닭똥은 눈물에만 쓰인다
개보다 못한 인생, 개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은 존재
나는 닭의 해에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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