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모방



나는 재잘거리는 것을 좋아해 촉촉한 입술만큼

침이 마른 입술이 좋아

너는 말이 별로 없었지

그래서 좋았어





가끔 내 등에 턱을 갖다 대고 

어미처럼 쪼았어

내 심장 소리에 맞춰






너는 먼저 문을 여는 법이 없지






너는 가장 높고 뜨거운 날

바다를 건너와 한밤중에 몰래

구덩이를 파고 나를 낳았어







구덩이 위로 머리만 삐죽 내놓고

사방을 살피다가

손톱이 갈라지고 터져 피가 나는 줄도 몰랐어






너를 보기도 전에

너는 바다로 가버렸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나는 너처럼

머리를 내밀고

너처럼 

피가 나도 몇 개 안 난 이빨과

손톱으로 벽을 긁어야 해





너처럼 바다로 달려가

너처럼 밑바닥에 몸을 얹고





너와 내가 태어난 그곳으로 돌아와

너처럼 구덩이를 파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