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로, 보라카이 (1)
#보라카이

공항미팅 시간에 여유있게 도착하기 위해 11시 20분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각자 하나씩 끌고 집을 나섰다. 5분 정도 큰 대로로 걸어나왔다. 302번을 타면 인천공항에 내린다. 배차간격이 긴지 20여분을 기다려 302번 버스가 도착했다. 타려니 아저씨가 "짐이 커서 못 타십니다. 터미널 가서 리무진 타세요." 차문 옆에 여객운수사업법상 부피가 큰 물건을 가진 승객의 어쩌구저쩌구 문구, 그렇게 여행은 시작됐다. 야속한 302번 아저씨라는 아내의 푸념을 다시 집에 되돌아가는 길에 내내 들으며. 자가용을 끌고 다시 공항으로 출발.

에어아시아 비행기로 5시간을 날아 현지시각 저녁 8시(한국보다 한시간 느림) 칼리보 공항에 안착했다. 기내 좌석간격은 좁았고 서비스는 물을 제외하고 일체 없었다. 심심해서 비행사 카탈로그를 들쳤다. 지금부터 퀴즈를 내겠다. 다음 문장의 의미는?

"이 한국어 식사는 확실히 때문에 달콤한 간장소스에 요리 완벽한 선택 쇠고기의 모든 K-pop및 음식애인을 만족시킬 것이다."

답: Korean beef steak This Korean meal will surely satisfy every K-pop and food lover because of the perfect choice beef cooked in sweet soy sauce

번역기 돌렸네 이것들. 왠만하면 돈주고 번역 좀 하지. 한국인 직원도 있던데......

픽업 나온 현지 가이드와 20년 지기라는 40대 초반 아줌마 4명과 인근 식당에서 준비된 비빔밥을 먹었다. 순간 제주도에 왔나. 한국 사람들로 북적였고 현지인 종업원도 한국어로 인사했다.

열렬한 환영의 비가 쏟아졌다. 보라카이 섬으로 가는 선착장을 향해 벤에 올랐다. 포장도로 였지만 거칠었고, 밤이라 야자수가 심어진 시골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태풍이 일년에 30개 생기면 30개 모두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적도권에 왔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솔가이드는 관광학과 다니는 학생이고 이름은 니콜, 도와줄 현지인 도우미는 '톤톤', 톤톤은 25살인데 두살배기 딸이 있다. 결혼은 안했는데 필리핀은 기독교 국가라 피임이나 낙태를 하지 않고 아기가 생기면 결혼 않고 동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톤톤'은 밝게 웃고 착해 보였다. 한국어도 곧잘 한다.

톤톤은 린다나우에서 태어났다. 동양인으로 7체급을 석권한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와 같은 지역이란다. 철저하게 아웃복싱을 하는 메이웨더를 이겨즈길 바랐지만 부상을 안고 경기하느라 제 실력발휘를 못했다. 그건 그렇고 톤톤은 고교졸업 후 돈을 벌기 위해 마닐라로 갔다. 접시닦이부터 여러 일을 5년정도 하다가 고향우로 와서 동거녀를 만나 아기를 가졌고 보라카이에서 일을 구해 5년 정도 일해오고 있었다. 마닐라와 고향근처 외에는 가본적 없다는 마른 고양이처럼 안아주고 싶은 성실한 청년이다. 여행중에 항상 같이 다니니까 좀 더 말을 나눠야겠다.

이런 저런 얘기에 선착장에 도착, 빗방울은 점점 굵어졌다. 30여명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선내 좌석에 앉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구명조끼 뒤에 'Mermaid-4'라는 글자가 보였다. 간밤에 옹기종기 모여 노란색 티셔츠에 한손으로 운전하는 절대 자격증이 없을 것 같은 배 운전사에 운명을 맡긴 인어 30마리는 무사히 보라카이 섬에 안칙했다.

밤 12시 꿈 속으로 체크인. 새벽으로 줌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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