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어촌편을 즐겨 본다. 정선편을 몇 번 보다가 흥미를 잃었는데 어촌편은 시간가는줄 모르고 본다. 농촌과 어촌의 환경차이였을까. 이서진,김광규,택연의 케미와 유해진,차승원,손호준의 케미 차이 때문인것 같다.
유해진이 만재도 바다에서 고기를 낚아오면 차승원은 뚝딱 요리를 한다. 호준이는 맛있게 먹고 설거지를 한다. 놀래미,베오라치,거북손 뭐든 차줌마의 손을 거치면 맛깔난 요리가 된다. 같이 시청하던 아내의 감탄사가 쏟아지고 나면 눈빛은 나를 향한다. 무슨말을 하는지 안들어도 안다.
만재도에 삼시세끼가 있다면 거문도에는 저자 한창훈이 있었다.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십 수년 유배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자산어보'를 저자의 에피소드를 곁들여 감칠나게 풀어낸다. 낚싯대 몇 번 던져 본 적 없는 문외한인 나도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다. 풍부한 사진자료를 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부제가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다. 삼시세끼에서 유해진이 그토록 낚고 싶어하는 삼대장(참돔 감성돔 문어)도 나온다.
통영에서 먹은 성게 비빔밥이 생각난다. 날치처럼 물살을 가르며 뛰어 놀고 싶다.
**메모
- 확률에 대해서 생각하다 110쪽
4킬로그램 정도 되는 방어를 한마리 낚아왔다. 4물, 만조를 삽십 분 앞둔 오후 5시경, 작은 삼부도와 거문도 중간쯤에서 낚았다. 수심 35미터, 전갱이를 산 채로 꿰어 쓰는 방법을 썼다. 이 녀석은 3년 전 제주도 남서쪽 20킬로미터 지점에서 태어났다. 새끼 때는 수면에 뜬 모자반 줄기 아래에서 숨죽이며 살았다. 삼치한테 몇 번 먹힐 뻔한 경우가 있었으나 용케 살아남았다. 조금 더 커서는 저 북쪽 웅진반도 너머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으며 제법 방어 모양이 잡히고부터는 제주도를 수백 바퀴나 돌았고, 이어도 기지도 다섯 번이나 다녀왔으며 추자도, 여서도, 거문도를 여러 번 지나다녔다. 오늘도 백도 인근에서 멸치 떼를 따라 삼부도 쪽으로 왔으며 모두 다섯 마리의 멸치를 잡아먹고 벼랑처럼 생긴 여 근처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 전갱이가 문득 저 위에서 내려왔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았지만 전갱이가 어디 가지도 않고 앞에서 빙빙 돌고 있기에 그만 콱 물었다.
- 홍합전 또한 별미이다. 시장에 가면 까놓은 홍합살이 있다. 씻고 물을 빼놓는다. 밀가루 입힌 다음 계란 옷 입힌다. 그 위에 튀김가루나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다. 튀긴다기보다는 지져낸다. 굴전 하는 것과 같다. 단 굴전은 조금 덜 익혀도 되지만 홍합전은 다 익혀야 한다. 홍합은 날로 먹으면 입이 아리다. 어차피 요리는 배합과 타이밍, 몇 번 하다보면 타이밍을 맞출 수 있다. 뜨거울 때 먹는 게 좋다. 잘되었다면, 어느 전보다도 맛이 뛰어나다. 말린 홍합으로는 맛이 떨어진다. 123쪽
- 날치
"새가 바다에서 나왔어요."
이녀석들은 툭하면 수면을 박차고 비상을 하는 버릇 탓에 예전 서양에서는 아죽 못된 놈으로 여겼다 한다. 어린 주제에 턱 밑에 수염이 달려 있어서, 태어남과 동시에 몹시도 버르장머리 없어지기 때문인데 그러기 때문에 적이 많아 늘 도망을 친다는 것이다. 물론 날치가 나는 이유는 무엇에 놀랐거나 포식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장 멀리 갈 때는 3~400미터까지 날기도 한다. 멀리 날기 위해 소화 잘 되는 플랑크톤을 먹고 빨리 소화하고 빨리 싸는 형태로 진화되었다. 그래서 장이 매우 짧다. 15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