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그림자


그림자는 어둑해져야 일어난다 일어나 무슨 짓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블랙
박스에도 없다 그림자는 피부색이 없다 빛은 그림자를 낳았을 뿐 기르지는 않았다
그림자를 기른 것은 꿈이었다





꿈은 욕실에서 노래를 불렀고
물줄기는 노래를 타고 흘렀다
몸을 닦고 그대로 밖으로 나와 거울 앞에 섰다





키가 컸지만 말랐구나 먹어도 살찌지 않는 체질이란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많이 먹고 쑥쑥 자라고 싶지만 내일이면 쪼그라들겠지





그림자를 불렀다
길게 한 숨 쉬더니 뒤를 돌아보려다 저만치 앞으로 걸어갔다
쫒아갔다 쫒아갈수록 더 멀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가만히 섰다
그림자는 훌쩍 컸고 겅중겅중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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