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삿날


떠난 날 떠나 보낸 말 남긴 말 넘긴 날 숨은 말 숨긴 날
모인 날 모은 말 주린 날 줄인 말 늘인 말 느린 날
두살배기 증손녀가 제문(祭文)을 읽는다
며느리 딸 아들 손녀 손자 갈치 삼치도 따라 부른다
사과 배 감 바나나 키위 멜론 삼치 갈치도
둥그런 제삿상에 절을 한다
상하좌우는 주객전도



빨간 사과와 흰 밤도 내일이면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어도 향은 하나
향에 취한 젓가락은 몸을 튕기며 휘청거린다
목이 마르면 탄국을 들이킨다



밥먹기 싫다는 아이도 밥달라는 날
벽이 열린다 보살도 신부도 집사도 손을 모은다
뒤집고 붙이고 조리고 조르고 줄이고 주리고 
귀밝이 술을 마신 바람은 밤새도록 제삿상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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