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완투를 앞두고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스윙을 먹고 자란 물집과 실밥을 먹고 자란 물집간의 집안 싸움
물집을 짜려는 자와 부풀어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자의 눈싸움
터져버린 물집의 눈물은 갈라진 손바닥을 따라 흘렀다


야구공의 실밥으로 터진 상처를 꿰멜 수 없어
투수는 변화구를 던질 수 없다
물집은 온몸을 뻗어 야구공을 안았다
무회전 너클볼은 흔들리다가 가라앉는다


타자의 배는 물집처럼 부풀었다
방망이가 날아간다
물집은 포수 글러브에 안기며 울음을 터뜨린다
마스크를 쓴 남자가 울부짖었다 스트라이크
야유와 환호가 물병에 담겨 날아든다
투수와 포수는 중간에서 만나 마운드에 깃발을 꽂는다


물집이 터져 하늘이 노랗게 변하면 
아이는 홈으로 달려가 슬라이딩한다
살아온 날보다 많은 퍼즐조각을 맞춘 아이는 
퍼즐을 뜯어 다시 맞추기 시작한다
물집은 타자와 포수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스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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